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지만 아는 작곡가가 없다면, 모네의 그림이 왜 아름다운지 궁금하다면, 유명 오페라 아리아의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다면…. 이런 ‘마음만 애호가’인 이들에게 마침맞은 강의가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마포문화재단이 개설한 ‘화요 인문학 감상 특강’ 얘기다.
재단은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클래식 음악사 ▲서양 미술사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단 관계자는 “그간 실기 강의를 위주로 수업을 구성했지만 올해는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바탕이 되는 이론, 인문학 프로그램들도 함께 개설했다”며 “강의를 통해 구민들이 문화 예술 작품을 볼 안목을 키우고 이들이 꾸준히 센터의 공연과 전시를 찾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희창 음악평론가(오페라), 임주빈 전 KBS클래식 FM PD(클래식), 김찬용 도슨트(미술사)
특강을 이끌 강사들은 각 분야의 ‘베테랑’들로 구성했다. 클래식 음악사는 임주빈 전 KBS 클래식 FM PD, 미술사 강의는 ‘대한민국 1호 전업 도슨트’인 김찬용, 오페라의 역사는 조희창 음악평론가가 맡는다. 지난 19일 센터에 모인 이들은 “이번 강의가 끝날 무렵엔 본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미술, 오페라 아리아 작품 3~5개는 확실히 익히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을 소개해달라.
임주빈(이하 임):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강의 계획을 짰다. 바로크, 고전, 낭만주의 세 가지 사조의 대표적인 작품과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힙합, 팝, 가요 등에 샘플링되거나 영화음악으로 쓰인 클래식들도 알려주며 클래식이 생활 속에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
김찬용(이하 김): 르네상스~사실주의, 인상주의~입체주의, 후기 인상주의~초현실주의, 추상미술~동시대의 미술 작품들과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 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부터 설명하면 곧장 교재가 라면 받침이 될 것이다.(웃음)
조희창(이하 조): 장르를 뛰어넘어 역사적 아이콘이 된 오페라 속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바로크 오페라의 시작이었던 오르페우스, 순진무구한 청년의 대표 주자인 네모리노, 비련의 여인인 비올레타, 팜므파탈의 대명사 카르멘 등 그 자체로 서양사의 아이콘이 된 등장 인물들을 골라서 이들이 왜 오페라에서 등장했고 왜 중요한지 알려드리겠다.

-강사들도 한때는 초심자였을텐데.
임: 중학생 때 우연히 막내 고모를 따라 백건우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반하면서 클래식에 ‘입덕’ 했다. 고등학생 때는 막 개국한 KBS 클래식 FM을 들으면서 더 빠졌다. 세월이 흘러 KBS에 입사하게 됐는데, 단박에 희망 부서로 클래식 FM을 적어냈다.
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천재는 너무 많고 나는 작가로는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미술을 완전히 떠나긴 싫었다. 그래서 도슨트를 하기로 맘 먹었다. 당시엔 도슨트가 일종의 자원 봉사자 같은 일이라서 돈을 받고 일하는 직업이 아니었다.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었다. 혹시나 내가 맘이 약해져서 다시 미술을 하고 싶을까봐 내가 만든 작품들도 모두 없애버렸다. (웃음)
-도대체 왜 좋나.
임: 가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일었다. 클래식만이 건드리는 감정이 있다. 심지어 내 자신이 달라 보인다. 열심히 음악을 듣는 나를 보며 ‘나 좀 고상해졌네?’라는 생각도 한다.
조: 어느 날 접신하듯 빠져든다. 다만 한두 번만에 좋아지긴 힘들다. 나도 중학생 때 처음 오페라를 봤을 땐 몰입이 안 돼서 그대로 안 보게 되나 했는데, 대학 와서야 빠져들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뒤돌아 생각하니 진국이다’ 싶은 게 클래식 오페라다. 또 한 가지, 죽는 날까지 들어도 다 못 듣는다는 점도 매력이다. 공공 기관만 25년 째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데, 13년 내내 주제를 바꿨는데 새로운 주제가 샘 솟는다. 그 정도로 방대하다.
김: 요즘 같은 집중력 저하 시대에 문화 예술 감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뇌 과학자들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 자체가 머리를 활성화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나에겐 그게 미술이었지만, 여러분 모두에게 미술일 이유는 없다. 다만 각자가 인간다워 질 수 있는 무언가 하나는 꼭 필요하다.

-좋아하는 걸 소개하는 건 어떤 느낌인가.
김: 도슨트 하다 보면 별일이 다있다. 어떤 분은 내가 소개한 미술 전시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퇴사를 했다. 영국에서 진행한 미술관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60대 여성은 “1주일 전 암 진단을 받고 고민하다가 비행기를 탔는데 정말 후회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그 분 붙잡고 같이 울었다.
-이번 강의 목표는.
조: 수강생들이 ‘똘똘한 아리아’ 10곡 정도만 제대로 듣고, 익히고 가셨으면 좋겠다. 오페라는 가사가 외국어라는 진입 장벽이 있는데, 이걸 완전히 없앨 수 있게 도와드리겠다. 강의 끝나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리스트업을 해봐도 좋다.
김: 마찬가지로 나의 ‘베스트 명화’를 꼽아보는 것도 좋겠다.
임: 잠시라도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연주회를 예매해본다든지 클래식 FM을 틀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이번 강사 중 유일한 마포 주민인데, 이런 강의가 센터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클래식도 그렇게 어렵거나 지루한 건 아니란 걸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그래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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