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국내에서 마티네 콘서트의 창시자로 잘못 알려졌는데요. 이번 기회에 바로잡고 싶어요. 1980년대 지휘자 홍윤택 선생님의 ‘아침 음악회’와 1990년대 지휘자 금난새 선생님의 ‘청소년 음악회’가 마티네 콘서트의 효시입니다.”
마포아트센터가 3월부터 매달 네 번째 수요일 오전 11시에 개최하는 마티네 콘서트 ‘맥(MAC)모닝 콘서트’의 진행자 겸 해설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김용배 추계예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첫 일성이다. 김 교수는 “다만 두 선생님이 기획한 콘서트가 단발성으로 끝난 데 비해 내가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 만들었던 브런치 콘서트는 매달 지속적으로 열리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 같다. 나보다 앞서 선배 음악가들이 노력하셨던 점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티네(Matinee)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점심 즈음 열리는 낮 공연을 뜻한다. 대체로 저녁 시간에 열리는 공연과 달리 오전이나 오후 시간대에 진행되기 때문에 여유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티켓 가격도 저렴하다. 특히 클래식계에서는 소품 위주의 가벼운 곡을 연주하는 한편 해설을 곁들인 콘서트 형태가 많다. 그래서 클래식 초심자들을 향유층으로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국내 공연장들 가운데는 마티네 콘서트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번에 첫발을 떼는 마포아트센터의 맥(MAC)모닝 콘서트는 서울 강북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첫 마티네 콘서트다. 맥(MAC)은 마포아트센터의 영어 스펠링 중 앞자를 딴 것이다. 그동안 강북 공연장이 1회성으로 마티네 콘서트를 연 적은 있지만 정규 프로그램으로 매달 진행하는 것은 마포아트센터가 처음이다. 국내 클래식계에 마티네 콘서트 열풍을 일으킨 김용배 교수가 가이드를 맡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 교수는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은 피아니스트’라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배운 피아노에 대한 애정으로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진학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버지니아 주립대와 카톨릭대에서 공부했다. 예술가 출신으로는 처음 2004~2007년 예술의전당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마티네 콘서트 ‘브런치 콘서트’를 기획한 것은 그의 최고 성과로 꼽힌다. 2004년 예술의전당 하반기 3개월간(9~11월) 둘째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열린 브런치 콘서트는 저녁에 열리는 콘서트에 오기 어려운 가정주부들과 노인 그리고 간호사처럼 밤에 근무하고 낮에 쉬는 직장인들을 불러모으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예술의전당이 이듬해부터 연간 기획 프로그램으로 확대한 데 이어 전국 공연장들이 잇달아 마티네 콘서트를 도입한 것은 유명하다.

“2004년 5월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직원들에게 낮 시간대 비어 있는 공연장을 좀 더 활용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무대가 늘 아쉬운 연주자였던 만큼 공연장이 비어있는 게 너무 아까웠어요. 클래식 향유층도 늘리고 싶었고요. 새로운 관객층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알려줌으로써 공연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직원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게 바로 해외 공연장처럼 마티네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자신도 브런치 콘서트의 진행자 겸 해설자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직원들의 권유로 무대에서 마이크를 처음 잡았다. 조곤조곤한 말투 속에 깊이 있는 해설은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이후 예술의전당을 그만둔 뒤에도 그에게는 전국 공연장에서 콘서트 가이드로 와달라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2012~2019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진행한 마티네 콘서트와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마티네 콘서트는 대표적이다.
그는 “예술의전당 직원들이 내가 라디오 방송을 5년 정도 진행했던 경력을 고려해 제안했다. 무대에서 해설은 처음이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브런치 콘서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고정이 되어 버렸다”고 회고했다. 유려한 진행 노하우에 대해서는 “쓸데없는 인사말 없이 바로 공연을 진행하고 작품을 해설했다. 해설자 또는 진행자가 튀어선 안 되며, 관객이 음악에 집중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지금도 해설할 때 관객이 교육받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어렵지도 유치하지도 않은 선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당시 브런치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그가 또 하나 염두에 둔 것은 국내 실력파 연주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독주자는 오케스트라든 무조건 국내 연주자를 세웠다.
“지금은 국내 관객들이 한국 연주자들도 많이 사랑하시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 연주자들에게 경도돼 있었어요. 비슷한 실력인데도 한국 연주자들의 공연은 가지 않고, 외국 연주자들의 공연만 갔어요. 또 외국 연주자들이 최선을 다해 연주하지 않는데도 기립박수를 보내곤 했습니다. 지금이야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등 자부심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문화적 열등감이 있었거든요. 한국 연주자로서 화가 났었죠. 그래서 당시 브런치 콘서트에 출연하는 코리안 심포니(현 국립 심포니)에 외국인 악장을 넣지 말아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관객에게 ‘자칫 한국 연주자의 수준은 악장까진 안된다’는 인식을 줄까봐 걱정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물론 한국 사회가 글로벌화 되면서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외국인 연주자들도 많아졌거든요.”
흥미로운 것은 그가 그동안 수많은 마티네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대본이나 큐시트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각 콘서트에 제목을 달고 거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지양한다.
“마티네 콘서트는 특정 주제를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곡을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쉬운 곡과 어려운 곡을 섞고, 나라와 시대를 섞고, 협연 악기를 섞는 등 다채롭게 만드는데요. 관객이 와서 그냥 즐겁게 연주를 감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본을 만들지 않지만,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공연 당일까지 계속 머릿속으로 해설을 어떻게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립니다. 오히려 대본이 있으면 그걸 의식하는 바람에 불편해지거든요.”

마포아트센터의 맥모닝 콘서트는 이번에 결성된 55인조의 오케스트라M을 비롯해 공연마다 재능있는 지휘자, 협연자가 함께할 예정이다. 김광현이 지휘하는 첫 콘서트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협연자로 나선다. 1부에서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을 시작으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하바네라’의 아리아 그리고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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