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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디의 도전과 명가의 품격이 만날 때" 인디스커버리 : 명가의 품격 출연 가수 남궁옥분, 김늑 인터뷰

서로 다른 세 세대의 음악가들이 한 자리에 선다. ‘인디스커버리’를 통해 발굴된 신예 6팀과 중견 인디 아티스트 7팀, 관록의 팝·포크 음악가 4인이 함께하는 무대, 11월 7일과 8일 양일간 마포아트센터에서 기획 콘서트 ‘인디스커버리: 명가의 품격’이 열린다. ‘인디스커버리’는 마포문화재단이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인디 음악가의 공연과 음원 발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 총 376팀이 지원했고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20팀 중 시나 쓰는 앨리스, 조이풀스, 세기말, 데이쿠든, 김늑, 투모로우 등 여섯 팀이 최종 선발돼 이번 무대에 오른다.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1980년~1990년대부터 활동해온 이치현(벗님들), 우순실, 남궁옥분, 박승화(유리상자)를 비롯해 베테랑 인디 음악가들인 하현우(국카스텐), 이원석(데이브레이크), 밴드 동네, 배인혁(로맨틱펀치), 추승엽(악퉁), 김마스타(김마스타 트리오), 밴드 타카피가 함께한다. 이들은 2회 공연 중 한 번만 무대에 오르며 합동 공연이 아닌 릴레이 형식으로 인디 루키들과 함께 관객과 만난다.         ▲ (시계방향으로) 2025 인디스테이지 인디스커버리 사업을 통해 선발된 우수뮤지션 6팀. 시나 쓰는 앨리스, 김늑, 세기말, 투모로우, 데이쿠든, 조이풀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총 17팀 가운데 첫날 무대에 오르는 신예 김늑과 두 번째 공연을 책임질 가수 남궁옥분을 지난달 29일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 만났다. 1978년 데뷔한 남궁옥분과 2019년 데뷔한 김늑 사이의 시간적 거리는 41년에 이르지만 음악이라는 공통 언어 덕에 간극은 금세 좁혀졌다. 포크에서 시작해 장르를 넓혀 갔다는 점도 닮았다. 1978년 ‘보고픈 내 친구’로 데뷔한 남궁옥분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꿈을 먹는 젊은이’ ‘재회’ 등으로 1980년대 큰 인기를 모았다. 1998년생인 김늑이 태어나기 한참 전의 일이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는 어머니가 오카리나로 자주 연주해 잘 아는 곡”이라며 활짝 웃는 그를 향해 남궁옥분은 히트곡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때만 해도 음반사 몇 곳이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음악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는 원래 포크 곡으로 알고 멜로디를 외워 갔는데 스튜디오에 들어가니 전혀 다른 편곡인 거예요. 코러스 맡은 친구들에게 ‘노래를 다 망쳤는데 어떡하면 좋냐’고 울고 불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과거의 유산은 새로운 세대에게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늑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의 악기 연주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전위적인 면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남궁옥분은 “내 자작곡이라면 내 생명이 있는 노래지만 그때의 나는 시키는 대로 노래하는 앵무새였다”면서 “부끄럽다”고 했다. 음악 외에도 미술, 캘리그래피, 스포츠 등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아티스티지만 그는 유독 자신의 음악에는 가혹할 만큼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남궁옥분의 음악 인생에는 뚜렷한 굴곡이 있었다. 당시 메이저 음반사 중 하나였던 오아시스에서 포크 가수로 데뷔했지만 그를 스타로 만든 건 비트가 강한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였다. 후속곡 ‘꿈을 먹는 젊은이’로 승승장구했지만 가족에 닥친 불행으로 한동한 슬럼프에 빠졌고 하덕규의 곡 ‘재회’로 재기에 성공했으나 성대결절로 다시 좌절을 겪었다. 1990년대 들어 대중과 멀어졌지만 미사리 카페에서 신인 가수의 마음으로 노래하며 ‘음악’을 되찾았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지난해 포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화려하지 않아도 꽃은 필 거야’가 그 증표다. 남궁옥분은 “아마도 가장 저다운 앨범일 것”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인기를 벗어 던진 후에야 자신만의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는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남이 칭찬해주는 건 거품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며 “내가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야만 거기에서 행복이 비롯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늑은 2019년 디지털 싱글 ‘스트로베리’를 처음 발표한 뒤 2023년 첫 EP(미니앨범), 지난해 두 번째 EP를 냈다. 포크에 기반한 레트로풍의 팝과 록을 노래하고 연주한다. 헤어스타일도 1960년대 비틀스나 롤링 스톤스의 외형에서 가져왔다. 김늑의 곡들을 들은 남궁옥분은 “가수에겐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친구에겐 남과 다른 목소리가 있다”고 칭찬하면서 “남과 비슷한 것으로는 경쟁하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것을 갖고 음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자신의 음악 활동을 반추하며 “자신의 목소리에 맞게 곡을 써서 노래하는 요즘 싱어송라이터들이 너무 부럽다”고도 했다. 라이브 클럽을 거쳐 메이저 음반사에 발탁되며 인기 가수가 된 남궁옥분과 달리 김늑은 ‘인디’라는 말 그대로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 성가대에서 노래했던 기억이 크게 남아서 음악을 하고 싶었다”며 “큰 무대에 서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보다 단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자유롭게 음악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두 음악가의 공통분모는 기타 하나로 연주하는 포크 음악이다. 김늑이 “내 생각을 가사로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장르 중 하나가 포크”라고 하자, 남궁옥분은 “포크는 모든 대중음악의 고향 같다고 할 수 있는데 가수의 목소리와 기타라는 최소한의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포크의 장점 아닌가 싶다”고 포크 예찬론을 이어갔다. 이제 막 음악 활동을 시작한 후배들과 무대를 공유하는 공연인 만큼 오랜 무대 경험이 있는 선배의 조언도 이어졌다. 인디라고 해도 다른 음악가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남궁옥분은 후배에게 “음악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독창적이고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지금 기획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남궁옥분은 “결국 남는 건 차트 1위나 상이 아닌 음악 자체”라며 “예전엔 현실과 타협하며 음악을 했지만 이젠 돌고 돌아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삶의 대부분이 음악이었던 가수, 남은 삶을 음악에 헌신하고자 하는 신인. 이들은 어떤 음악가로 남고 싶을까. “기록으로 남은 자료 중엔 저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게 많아요. 그래서 어제까지의 저를 다 지우고 매일 새로 태어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남궁옥분) “누군가 제 목소리를 들으면 ‘독보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음악가’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음악가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김늑)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11-06조회수 아이콘조회수 85

[PEOPLE] 클래식으로 돌아온 ‘성악계 아이돌’ 테너 김민석…“건강한 발성, 내 평생 숙제”

지난 20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대극장). 로비 한쪽 벽면을 채운 34명의 객석 기부 명단 중 ‘김민석’ 세 글자가 눈에 띄었다. 오는 29일 센터에서 열리는 테너 김민석의 ‘로맨틱 리사이틀’ 공연을 기념하기 위해 한 팬이 쾌척하며 붙여진 명패다. 센터는 2022년부터 기부금을 내면 객석(50만원), 로비(100만원)에 이름표를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이름의 명패는 예술의 전당에도 붙어있다. 중앙음악콩쿠르 우승(2018), 팬텀싱어 3 3위(2020년), 솔로앨범 발매(2023,2024년) 후 줄곧 ‘성악계의 아이돌’로 불렸던 그의 인기가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리사이틀을 일주일 여 앞둔 이날 김민석을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관계자와의 미팅 등으로 살짝 목소리가 잠겼지만 작은 대기실을 울리고도 남는 성량만큼은 여전했다. -근황은. =레퍼토리 고민이 커졌다. 이미 불렀던 노래와 해야 하는 노래들을 리스트 업 해놓고, 적당한 무대가 생기면 한둘 씩 추가하고 있다. 이번 연주에서는 총 14곡의 소품을 부르는데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스티의 ‘꿈(Sogno)’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혼자 선곡하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한계가 있어서 3년 째 반주로 호흡을 맞춘 정호정 선생님과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화여자대학을 졸업한 피아니스트 정호정은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수년간 오페라 코치로 일한 것을 비롯해 국립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 등 유수의 단체에서 오페라 코치 및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김민석의 ‘천군만마’다.)   -지난해부터는 주로 피아노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리사이틀이 많았다. =처음 솔로활동을 시작한 2023년 무렵엔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하기도 했는데, 지휘자 등과 호흡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간혹 반주가 아름답다 보니 음악을 듣다 지휘를 놓칠 뻔 한 적도 있다. 당분간은 피아노와 단출하게 내 음악에 집중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다. 2023년 7월 마포아트센터에서 한 모던가곡 공연이 첫 소규모 공연이었는데 그때 공연이 좋은 평을 들었던 것도 리사이틀 연주를 이어가는 데 한몫 했다. -연습은 많이 했나. =사실 걱정이다.(웃음) 이번 무대는 마포문화재단이 준비한 성악가 독창회 시리즈 ‘노래의 날개 위에’의 첫 번째 무대다. 나를 시작으로 소프라노 박혜상(11월 5일), 소프라노 임선혜(11월 12일), 바리톤 박주성(12월 6일) 등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공연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선 라인업을 들었는데 너무 쟁쟁한 분들이라, ‘망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 마포아트센터 1층 아트홀맥(대극장) 로비에 위치한 마포문화재단 객석기부 로비동판. 10월 29일 '로맨틱 리사이틀'을 기념하기 위해 한 팬이 "테너 김민석"의 이름으로 기부하였다. -스스로 세운 연습의 원칙이 있나. =성대는 소모품이다. 최대한 건강하게 발성을 하는 게 숙제다. 그래서 연습 시간도 길진 않다. 어렸을 땐 무작정 연습실에 앉아서 될 때까지 소리도 내봤는데, 목에 무리만 갔던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다른 사람만큼 노력하는 것 같진 않다는 생각도 있다. 여전히 부족한만큼 머릿속으로 소리 내는 방법이나 가사에 대해 많이 생각하려 한다.   ‘지속가능한 목소리’를 추구하는 그도 한때는 쨍한 고음으로 주목받았던 때가 있었다. 팬텀싱어 출연 후 결성된 크로스오버 4인조 보컬 그룹 ‘레떼 아모르’ 활동 땐 극고음을 소화하는 ‘레제로 테너(tenore leggero)’ 역할을 맡기도 했다.   -여전히 고음도 안정적으로 잘 나오나. =지금은 3옥타브 도까지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팬텀싱어 촬영쯤엔 잠시 득음해서 그 이상까지 올라가기도 했는데, 발성법이 좀 다르다. 크로스오버 공연에선 마이크를 쓰다보니 호흡을 좀 줄여 작게 소리 내도 음정만 정확하면 큰 문제가 없다. 클래식 공연 때는 마이크가 없기 때문에 같은 음을 내더라도 횡격막 아래까지 모두 열어서 온 힘을 다해 목소리가 울리게끔 호흡해야 한다.   -지금의 목소리가 마음에 드나. =어렸을 때보다 좀 굵직해졌다.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가끔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 ‘옵티머스프라임’역의 성우처럼 동굴 저 아래에서 들리는 것 같은 극저음도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한때 김민석은 학교가 끝나면 시간 날 때마다 ‘오래방(오락실에 있는 노래방)’에 들러 마이크를 잡는 록커였다. 줄곧 ‘버즈’ 노래를 부르던 소년의 재능을 알아본 건 클래식 성악을 전공한 친형이었다. “대학도 가야 하니 레슨 한 번 받아보자”는 말에 어영부영 입시를 준비했고 1년여의 연습 끝에 수도권의 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재능은 그를 안주하게 두지 않았다. 노래를 공부할수록 갈증이 생겼다. 결국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들어갔다.   -유난히 노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많다. =처음부터 클래식이 끌리진 않았다. 이런 저런 발성을 혼자 실험하며 목소리를 내는 길이 눈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쯤, 중앙음악콩쿠르 남성 부문에서 우승했다. 그 무렵이 한예종 4학년 때였다. 3학년 때까지는 큰 콩쿠르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사람들이 누구냐 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우승할지 몰랐다. 전날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잠도 못 잤고, 창문을 연 상태로 누워있어서 마지막 경연 리허설 땐 목소리도 잘 안 나왔다.   -크로스오버에 도전했다가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다음 터닝포인트는 뭔가. =주변에서 “극 음악을 해야 한다”는 제안이 많았다. 당장은 오페라에 도전해려고 한다. 그간은 잘해 낼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인생이 긴만큼 터닝포인트가 몇 번은 더 있어도 되지 않겠나. 뮤지컬이라면,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같은 역할이면 좋을 것 같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10-27조회수 아이콘조회수 544

[PEOPLE] “한 걸음만 나아가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작가,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 대표 인터뷰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과를 그릴 때 사과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과를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감각해지기 때문. 그는 사과를 걸으면서 보고, 사과에 빛이 퍼지는 걸 보고, 눈이 사과를 더듬는 과정을 봤다. 익숙한 사물에 한 발 더 내디디며 그의 풍부한 정물화가 탄생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일상 속에서 매일 접하면 잘 안다고 착각한다. 매일 듣는 음악 속에도, 커피 한 잔에도 방대한 세계가 있지만 익숙한 터라 공부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발만 더 나아가면 풍요로워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마포문화재단의 예술 인문 콘서트 ‘컬처스토리 M’은 그 답이 될지도 모른다. 10~11월 대중음악과 커피의 세계를 강의할 배순탁 작가와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 대표는 입을 맞춘 것처럼 말했다. “조금만 더 알면 세계가 훨씬 풍성해집니다”   음악평론가인 배순탁 작가는 2007년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를 맡아오고 있다.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 커피의 윤선해 대표는 커피 머신과 볶은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분야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커피·음악과 어떻게 사랑에 빠지셨나요? 윤선해 대표(아래 윤) “스무 살부터 일본에서 15년을 살았어요. 첫날이 아직 생생해요. 비가 내리는 날 공항이었죠. 비 냄새 사이로 커피 향이 솔솔 나더라고요? 프랜차이즈 커피점 ‘도토루’였어요. 더듬거리는 영어로 ‘브랜드 커피’를 시켜 한입 마셨는데 어깨에 천사가 앉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 커피에 미쳐 살았죠. 일본에 살며 커피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연을 이어가다 “커피 기계 회사에서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직접 가서 보니 기계를 정말 정성 들여 만들더라고요. 일본만의 장인 정신으로요. “이 물건 제가 한국에 전달해보겠습니다” 말하고 일한 지 16년이네요.   배순탁 작가(아래 배) “고등학교 때부터 신해철에 빙의된 채 살았어요. 제 친구들도 다 팬이었고요. 자랑을 잘 안 하고 사는 제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신해철씨와 일하게 됐을 때 자랑을 엄청 했어요. 친구들도 어마어마하게 부러워했죠. 뮤지션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음악 관련 일을 하며 살고 싶었어요. ‘음악 평론가가 되어야지’ 하는 불꽃같은 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음반사에서 3년 일하며 음악 산업을 배웠어요. 그러다 제가 쓴 글을 보고 MBC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007년부터 음악캠프를 한 지 벌써 20년이 다 돼가네요."   -사랑하는 것을 일로 하면 어떤가요? 윤 “‘커피 생활자’가 돼요. 커피로 번 돈으로 먹고 싶은 커피를 사요. 그 커피를 새로 배합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고요. 주로 카페를 하시는 분들이 고객인데, 제 커피나 기계로 잘되면 삶에서 제일 큰 보람이에요. 반대로 카페가 망했을 땐 모든 게 제 잘못인 것처럼 마음이 정말정말 아파요. 커피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 커피로 다양한 일을 하게 됐어요. ‘본캐’는 커피 기계와 볶은 원두를 팔죠. ‘부캐’는 커피 책을 번역해요. 커피 관련 노래를 작사도 했어요. ‘커피를 부르는 오후 4시’(이두헌)요. 저작권 협회 회원이기도 하답니다.”   배 “저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걸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이에요. 남자들은 30대 후반, 여자들은 40대 초반이면 새로운 음악 듣기를 멈춰요. 제 주변에도 고등학교 시절 듣던 음악 세계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어요. 저는 직업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듣게 되죠. 강제에는 분명 좋은 힘이 있어요. 하루에 스포티파이에 올라오는 곡이 10만곡입니다. 음악 만들기가 쉬운 시대거든요. 반드시 새로운 음악에서 감동을 받는 순간이 옵니다. 최근엔 영국 밴드 ‘울프 앨리스’의 신보가 그랬고요. 누군가는 “예전 음악이 최고야” 할 수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현재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권태로울 때는 없나요? 배 “당연히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취향이 넓어요. 하나만 아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저는 음악도 좋아하지만 게임도 만화책도 좋아해요. 어제도 파이널판타지7을 했고 집에 만화책이 5000권 넘게 있습니다. 독서도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어느 정도 파고드는 편이에요. ‘관심’을 갖게 되면 ‘관찰’을 하게 되고 ‘관계’가 생기게 돼요. 저는 이걸 ‘삼관법’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냉면에 대한 책도 냈죠.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면 전혀 다른 분야가 연결되며 새로운 영감을 만듭니다. 직업적 권태를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요."   윤 “다른 관심사가 있어야 하는 게 같네요.(웃음) 저는 그림과 번역이에요. 커피를 마셨을 때 ‘과테말라의 색은 어떨까’ 하는 식으로 상상해요.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요. 와이로 커피의 패키지 그림을 대부분 제가 이런 식으로 그렸어요. 번역은 1년에 한 권이 목표예요. 개정판까지 합하면 17권이 나왔어요. 제 삶이 다운된다고 느낄 때 치유의 시간이 됐어요. 커피를 구심점으로 다른 관심사를 챙기며 삶의 균형을 잡아갔어요. 번역한 책 중 ‘커피 교과서’는 6만부 정도 팔렸어요. 좋은 책을 번역하면 사람들이 알아주는구나 확신이 들었죠. 번역으로 커피를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힐링이 됐네요."   -스스로를 커피와 음악에 비유하자면요? 윤 “커피는 늘 변해요. 생두일 때도, 로스팅한 후에도요. 하루도 같은 맛이 없어요. 와인은 숙성이 되지만 커피는 그렇지도 않고요. 맛이 나날이 좋아지다가 금방 꺾여요. 늘 불확실한 음료인데 가장 맛있는 지점은 있죠. 제 원두는 그 지점을 알아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한테 커피를 줄 때 “이거 꼭 내일 먹어” 하면서 주는 편이랍니다. 저는 아마 맛있어지기 직전의 원두라고 믿고 있어요. 언제 제 인생이 활짝 필지는 모르지만요. 어딘가로 가고 있는 커피네요.(웃음)”   배 “오케스트라 바이올린들을 조율한다고 생각해볼게요. 한 음으로 똑같이 맞춰야 하잖아요? 아무리 정확하게 조율해도 연주자마다 미세하게 달라요. 그러면 코러스 효과를 얻을 수 있죠. 풍성해진다는 뜻이에요. 만약 기계적으로 음을 똑같이 맞춰버린다면 기괴한 소리가 나요. 저는 대혐오의 시대라 이 비유를 자주 하고 다녀요. 사람도 마찬가지거든요. 모두가 다르지만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저도 그 코러스 바이올린 중 하나겠지요.”   -음악도 커피도 산업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 “90년대로 돌아가서 ”우리나라 뮤지션이 언젠가 빌보드 1위도 하고,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끌 거야”라고 말하면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할 거예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어요. K팝의 세계화는 한국 경제 발전처럼 조립식으로 발전했어요. 예컨대 스웨덴 작곡가의 비트 위에 무언가를 계속 얹죠. 작곡가·작사가가 10명, 20명씩 되곤 해요. 이런 협업으로 새로운 문화 지형을 만들어낸 건 대단한 일이죠. 과거에 우리 음악이 쌓여서 K팝의 폭발이 생겼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탈국적, 탈맥락, 탈장르의 K팝에는 무수한 장르가 섞여 있고 우리나라적인 것은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우리나라를 벗어나서 세계화가 됐죠."   윤 “사실 커피의 맛은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예요. 왜냐면 점점 맛이 없어질 거라서요. 스페셜티 커피가 가장 맛있었을 땐 2015년 전후예요. 당시 케냐 커피는 세계 톱 오브 톱이었죠. 테루아(풍토)와 품종 모두 좋았어요. 가장 맛있는 커피, 가장 산미가 좋은 커피의 상징이었어요. 지금은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각광을 받고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는 점점 확대됐지만 커피 자체의 퀄리티는 그때보다 내려와 있어요. 기후 변화로 좋은 커피 생산이 줄기 때문이죠. 높은 고도에서 재배되는 커피가 맛있는데 그런 환경이 점점 줄어들고 있죠. 그러다 보니 콩에 가향을 하는 일도 많아지고요. 그래서 커피는 지금 마셔야 해요."   -이번 강연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짧게 예고편을 보여주신다면요? 배 “우리는 보통 차트를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주관적인 선택을 합해서 순위를 매기면 객관적일까요? 아니죠. 예전부터 빌보드 차트에는 엄청난 비리도 많았어요. 특정 홍보 집단을 거치지 않고선 1위에 오를 수 없었죠. 그렇게 1위에 오른 가수 중 하나가 마이클 잭슨입니다. 그의 음악이 위대하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윤 “커피는 귀로도 마셔요. 이게 어떤 커피인지 알고 나면 훨씬 더 맛있어지거든요. 와인으로 치자면, 나폴레옹이 마지막 전쟁터에서 처절하게 패하고 돌아섰을 때 하늘을 보며 마셨던 와인이라고 하면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커피도 마찬가지죠. 한마디의 정보가 더해지면 얼마나 더 맛있게 느껴지는데요. 이번에 이야기의 맛있음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순탁 작가는 21일 오후 7시 30분에 ‘음악의 힘 : 비틀즈, 마이클잭슨, BTS’를 주제로, 28일 오후 7시 30분에는 ‘배순탁의 서재 : 작가의 취향이 되기까지’를 주제로 강연한다. 윤선해 대표는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커피 세계사, 우여곡절 커피의 역사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를 주제로, 11월 18일 오전 11시엔 ‘커피집, 고작 커피를 다루며 한평생 바친 커피인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두 강의는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열린다. 마포아트센터나 NOL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10-20조회수 아이콘조회수 442

[PEOPLE] 도전, 자유, 인내, 그리고 감사 소프라노 박혜상 인터뷰

이탈리아와 스페인 음악의 차이를 설명하던 그가 갑자기 “O mio babbino caro~”라며 낭랑한 소리를 내었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주인공 라우레타가 아버지에게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애원하며 부르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의 도입부다. 목소리를 가다듬을 틈도 없었다. 그의 청아한 소리가 퍼지자, 작은 두세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이탈리아의 콘서트홀로 바뀌었다.   네트렙코 이후 세대를 대표하는 “밝고 맑은 목소리와 인상적인 콜로라투라 기교”(The New York Times), “애쓰지 않은 듯하면서도 빛나는 노래”(The Times), “순수한 기쁨과 흥분을 담은 빛나는 음색”(OperaWire). 세계 유수 언론들이 주목한 목소리의 주인공 소프라노 박혜상. 단순한 기교를 넘어 음악 안에 진정한 감정을 불어넣으며, 세계 최정상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의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그가 오는 가을 국내 팬들과 만난다. 공연에 앞서, 여름의 열기가 뜨겁던 어느 날, 그를 만났다. 귀국 이틀째. 긴 여정을 마치고 한국에 잠시 들른 상태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 그는 영국 런던과 에든버러를 오가며 바쁜 무대를 소화했다. 세계적인 실력을 공인받았다는 의미의 BBC 프롬스에 데뷔했고,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도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의 자비>를 선보였다. 숨 가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피곤함 대신 설레는 에너지를 풍겼다. “BBC 프롬스 무대는 성악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예요. 관객들이 서서 음악을 즐기고, 춤추고, 웃는 모습이 너무 신선했죠. 클래식이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BBC 프롬스가 특별한 무대라면,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EIF)은 박혜상에게 각별한 무대다. 지난해 <코시 판 투테>로 첫 데뷔를 한 이후 매년 초청을 받고 있고, 내년에도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무대에 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휘자 맥심(Maxim)과의 협업을 이야기하며 맥심이 지휘하는 음악은 “마치 모차르트가 살아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라며 한참을 칭찬했다.     낯선 곳, 낯선 언어, 그러나 자유  영국과 미국을 오가는 숨 가쁜 일정 속에서 잠시 귀국한 그를 만난 건,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인터뷰 때문. 그는 올해 10주년을 맞는 마포문화재단 M 클래식 축제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리사이틀 무대를 가진다. 이번 무대가 남다른 건, 리사이틀의 모든 프로그램을 그가 전적으로 기획해서다. 이번 무대를 그는 “도전의 시작점”이라 표현했다. 실제로 이번 리사이틀의 곡들은 대부분 국내 무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다. “저한테도 낯선 곡이에요. 심지어 불러본 적 없는 곡도 있어요.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레퍼토리가 많아서 저에게도 큰 도전이에요. 그런데 마포에서라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낯설어서 더 도전하고 싶다”라고.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스페인 작곡가들의 곡을 중심으로, 민속적 리듬과 정서를 품은 작품들을 선택했다. 스페인 음악이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그는 스페인 음악에 한국 가곡을 연상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스페인 곡은 자유로워요. 때로는 거칠고,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죠. 그런 면에서 한국 가곡의 정서와도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는 이탈리아 오페라와의 차이를 언급하며, 정교한 발성과 규율이 요구되는 이탈리아와 달리 스페인 음악은 훨씬 자유롭고 인간적인 감정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벨칸토는 정말 완벽한 테크닉과 호흡이 필요해요. 삶을 갈아 넣어야 한다고 할까요. 하지만 스페인 음악은 발성의 작은 어긋남조차 매력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자유롭죠. 저에게는 그 자유로움이 큰 해방감을 줘요.” 자유롭다면, 노래도 더 편하게 부를 수 있을까? 대답은 ’노‘. 스페인은 지역에 따라 카스티야어(스페인어), 카탈루냐어, 갈리시아어, 바스크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곡마다 구사해야 하는 언어도 다르다. “언어만 다른 게 아니라 억양도 다르거든요. 그래서 스페인계 친구들에게 직접 발음을 녹음 받아 따라 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공연을 위해 그는 곡 하나하나의 배경을 직접 조사하고, 현지 출신 성악가들에게 발음을 배우며 준비하고 있다. 이런 세밀한 준비가 무대를 더 진실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한편, 함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안드레스 사레를 초청한 이유도 그런 맥락 위에서 설명할 수 있다. “안드레스 사례는 멕시코 출신 피아니스트인데, 특히 스페인과 라틴 레퍼토리에 대한 이해가 깊은 마에스트로예요. 이번 공연만을 위해 멕시코에서 날아오죠.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무대입니다.”   목소리, 테크닉, 뮤지컬리티, 그리고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익숙하고 안온한 길을 두고, 낯설고 고된 길을 택했을까? 어쩌면, 친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게 그에게도 관객에게도 편안할 수 있을 텐데. 이 질문에 그는, 앞서 나눈 대화보다 조금 더 힘을 주어 단호하게 답한다. “제가 제일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쉬운 프로그램으로 대충 때우는 거예요. 그거만큼 제 영혼을 깎아 먹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시간만 때우는 공연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로그램 짤 때도 조금 더 엄격해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박혜상에게 무대는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지만, 그 도전은 단순히 새로운 곡이나 낯선 언어에만 있지 않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특히 관계와 협업의 무게가 무겁다. 그는 솔직히 고백한다. “열심히 준비해도 저와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걸 조율하는 데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요. 결국은 같은 목표,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거지만 그 중간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타고난 목소리, 완벽한 테크닉,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음악적 감수성. 그는 그중 두 가지만 있어도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있어도 성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레전드가 되려면 또 다른 뭔가가 필요하죠. 영감과 관계를 맺는 능력이에요” 오페라라는 공동작업에선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휘자와 연출가,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는 음악적 완성도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그는 ’노래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잘 안다. 관계 속에서 오는 갈등과 타협, 그 속에서 자신을 조율하는 법 역시 음악가의 길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박혜상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 된다. 그는 완벽주의자라는 질문에 웃으며 답한다. “저는 제가 부족한 걸 굉장히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부족하기 때문에 도전할 게 있는 거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계속 도전할 일이 있다는 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조합 아닌가요?” 인내 또한 그의 음악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노래하는 몸은 섬세하다. 근육과 호흡, 작은 긴장이 소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하루에 15분 발성을 했으면 30분은 쉬었다가 또 15분 해야 해요. 기다릴 줄 알아야 해요.” 이 기다림은 단순히 훈련법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그는 노래를 배우고, 동시에 삶을 배워간다.   감사로 완성되는 목소리  그의 말처럼 박혜상은 부족함을 즐기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 도전은 새로운 언어와 낯선 곡을 넘어, 음악을 삶의 방식으로 삼으려는 몸부림이다. 올가을, 마포에서 시작될 그의 무대는 단순한 리사이틀이 아니라 한 예술가가 자기 삶을 노래로 증명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노래는 목소리, 테크닉, 뮤지컬리티 세 가지 기둥 위에 세워진다. 그러나 박혜상은 그 너머의 힘을 강조한다. 바로 감사다. 인터뷰의 끝에서 그는 음악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 완벽한 테크닉,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음악적 감수성, 모두가 중요하지만, 그 모든 걸 통합하는 건 감사함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울림이 생기죠.” 감사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다. 그리고 종교적 고백이자 예술가의 길을 지탱하는 뿌리다. 음악이란 결국 혼자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목소리와 기회, 함께 무대를 만들어주는 동료와 관객이 있기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겸손한 마음으로 말한다. “좋은 무대를 허락받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그래서 그의 노래에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 듣는 이를 울리는 울림이 스며드는 게 아닐까. 도전과 타협, 인내와 감사. 어쩌면 이는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만은 아닌 듯하다.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 또한 그렇다. 그의 대답에서 그 흔적을 찾았다. “노래를 잘하려는 목표는 인생을 잘 살겠다는 목표와 비슷해요.” 결국, 무대는 하나의 노래가 아니라, 삶 자체를 연주하는 과정이니까. 그래서 그의 노래는 끝나지 않는 게 아닐까. 무대가 닫힌 후에도, 관객의 마음속에 울림으로 남아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닐까.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10-16조회수 아이콘조회수 418

[PEOPLE] "악보 바깥의 삶도 궁금했던 피아니스트" 백혜선 피아니스트 인터뷰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동요 ‘고향의 봄’은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조국을 그리워하던 민족의 노래로 널리 불렸고, 지금까지도 한국인의 정서를 깊이 품은 노래다. 1926년 이원수가 시를 짓고, 여기에 홍난파가 곡조를 붙였다. 그러나 이원수와 홍난파가 말년의 반민족 행위로 훗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면서 음악가와 음악에 대한 역사적 평가엔 공과 과가 얽혀 들게 됐다. 복잡한 정치적 논쟁이 여전하지만, 그래도 약 100년의 세월 동안 한반도 안팎에서 이 노래가 실향민의 마음을 달래줬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선보이는 독주회 ‘고향을 향한 오마주’가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 지점이다. 백혜선은 이번 공연에서 재미 작곡가 서주리에게 직접 의뢰한 피아노 소나타 2번 ‘봄’을 연주한다. 동요의 익숙한 선율을 모티브로 삼아 사계절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일종의 변주곡이다. “’고향의 봄’을 오마주해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가슴을 울리는 곡으로 탄생했습니다. 친일파니 매국노니 하는 이야기들로 이 노래가 일제 때 가장 많이 불린 노래란 사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잖아요. ‘고향’과 관련해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니 들려드리고 싶어요.” 백혜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이전에, 독립운동가 백남채 선생(1888-1950)의 손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는 등 조국을 되찾으려 했던 조부의 헌신을 듣고 자랐던 그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음악회”라는 생각으로, 연주를 통해 역사를 기린다. 올해 초 독립기념관 홍보대사로 위촉된데다, 1921년 3.1 만세운동의 거점이었던 뉴욕 한인교회 독립운동기념관 대표이사까지 맡은 터라 ‘광복 80주년’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다. “어떤 젊은이에겐 더 이상 광복절이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도 우리에게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걸 살펴보는 것, 역사를 역사로 받아들이는 기회가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에게 ‘고향’은 어떤 이미지일까.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 대구지만, 세계를 유랑하는 음악가의 삶은 이방인의 숙명이었다. 초등학생 때 수영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피아노로 전공하며 14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94년 29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1위 없는 3위) 성적을 거두기까지, 피아노를 포기하고 전화회사 영업사원이 됐던 좌절의 시기도 있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직후엔 최연소 서울대 음대 교수로 취임했지만, 10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떠나 경력을 새로 써내려 갔다. 이혼 후 어린 아들딸을 건사하며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시기다. 지금은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피아노 학과장으로서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양성하는 백혜선은 “오히려 여러 아픔을 겪어봤기에 (학생들에게) 더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백혜선의 가르침에서도 음악과 피아노보다 삶이 앞선다.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여성이자 엄마, 교육자로서 환갑을 맞은 올해 그의 화두는 후배들의 앞날을 헤아리고 한 시대를 위한 본보기가 되는 것. 그는 “꼭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인생을 먼저 가본 선배로서 보여줘야 한다”며 “여성 연주자로서, 인생을 먼저 가본 선배로서 어떤 롤모델이 될 것인가, 다음 세대를 위해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예컨대 그의 레슨에선 악보 외에 ‘책’이 중요하다. 학생을 만나면 먼저 ‘책 읽어?’라는 질문을 던진다. 스승 러셀 셔먼(1930~2023)에게서도 그렇게 배웠고, 가르침을 실천하며 전수한다. 올해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한 열일곱 제자 김세현도, 자신의 아들과 딸도 그렇게 가르쳐 NEC와 하버드대 복수 학위 과정을 밟게 했다. 백혜선은 “NEC에서도 학생들과 시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할 것”이라며 “그런 과정이 없으면 내면이 메말라 표현할 수가 없게 된다”고 했다.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잖아요. 그런 시대에 예술가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기계를 이용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적인 감각과 취향, 표현은 중요해요. 각박해질수록 사람들 마음을 두드리는 역할이 필요하죠. 급변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같이 성숙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길을 찾아야 하는 1세대예요. 거기에 여성이자 선배로서 헌신하고 싶어요.” 연주자로서의 백혜선은 잠시 이런 고민을 비워내고 연주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데 몰두한다. “이제는 뭘 듣고, 뭘 해야 하는지 아는 나이니까, 채우기보단 다 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 마음을 보호할 공간도 필요해요. 연주 말고도 해야 할 일, 관심 가는 일이 많지만, 제 나름대로 바쁜 마음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요. 연주를 앞두고 있을 땐 아무도 안 만나죠. 음악가에겐 그렇게 자신만의 보호막이 필요해요.” 비워내고 덜어낸 백혜선이 이번 연주회에서 들려줄 곡은 서주리의 ‘봄’ 외에도 더 있다. 베토벤이 전쟁 중 조국과 벗에 대한 마음을 담았던 소나타 26번 ‘고별’, 버르토크가 헝가리 민속 음악을 접목해 만든 소나타 80번, 슈만이 자신의 연인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던 클라라를 떠올리며 쓴 다장조 환상곡 17번 등이다. 특히 마지막 곡인 슈만 환상곡은 통상 연주회에서 박수갈채를 이끌어내기 쉬운 화려한 곡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이어질 삶을 떠올리게 하며 조용히 끝을 맺는다. 백혜선은 “이 부분을 잘 마무리 하느냐에 연주회의 성패가 달렸다”며 웃어 보였다. 이제, 백혜선이 손끝에서 그려낼 추억과 여운으로 마음을 가득 채울 시간이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09-29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75

[PEOPLE] “바흐가 낭만이고, 낭만이 바흐입니다.” 첼리스트 양성원 인터뷰

  한 음악가가 젊을 때 반짝이는 것은 쉽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존경받고 빛나려면 무던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교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성숙이 점점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능과 실력이 오래 지속되려면, 이를 지탱할 철학과 성실한 삶의 태도가 있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양성원(57)이 딱 그렇다. 수영과 러닝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력, 사람과 화합하는 성격, 음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철학이 그의 음악 인생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그는 올해 첼로 인생 50년을 맞았다. “음악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사회적 소통과 화합의 도구여야 합니다.” 8월 초 폐막한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서 일을 마친 그는 국내외, 세대 간의 균형과 교류를 강조했다. 흥행보다 중요한 건 음악적 가치와 희망, 위로의 메시지다. 올여름 그는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캐나다를 오갔다. 평창대관령음악제를 마치고는 독일로 떠났다. 9월부터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 어떤 음악가보다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는 그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공연에 마음을 준다. 마포 M클래식과 10년 인연 마포 ‘M클래식 축제’와의 인연도 이런 철학에 기반한다. M클래식은 올해 10회를 맞은 마포문화재단의 클래식 축제로 오는 22일부터 12월 6일까지 15회 공연이 열린다. 양성원은 9월 26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실내악 시리즈-바흐 스페셜’ 무대에 선다. 10회 중 여섯 번째 참여로 이만하면 ‘가족’이라 부를 만하다. 그는 “축제를 통해 시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사회가 아름다워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일회성이 아닌 매년 축제를 믿고 찾는 분이 늘어나 기쁘다”고 했다. 지난 10년, 마포구의 문화 발전과 함께 성장한 이 축제는 이제 마포를 넘어 서울 전역에서 기다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국내외 최고의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무대를 3만 원 이하의 티켓으로 즐길 수 있다. 팬데믹 기간 마포 M클래식은 영상으로 축제를 대신했다. 당시 그는 2021년 한겨울 아트홀맥 리모델링 공사장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했다. 2020년 마포의 광흥당에서는 바흐의 무반주 조곡을 연주했다. 광흥당은 조선시대 선원들이 안전한 귀향을 빌었던 사당. 모두 팬데믹으로 고통받던 시기에 그는 음악가로 할 수 있는 위로를 건넸다. “그때 많은 희생자가 있었지만, 공연장을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한 시간도 귀했고, 책도 읽고 지휘 공부도 했죠.” 그에게 공사장과 먼지는 불편이 아니라 영감의 원천이었다. “공사장에 먼지가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죠.” 그는 시공간에 맞춰 작곡가를 골랐다. 겨울, 먼지, 공사장의 조합은 라흐마니노프가 제격이었다. 올해의 선택 – 바흐 올해 마포 M클래식 축제의 주제는 낭만주의지만, 그는 바로크 시대의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택했다. 왜일까. 그에게 낭만은 바흐이고, 바흐가 낭만이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시대의 모든 작곡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바흐입니다. 바로크가 낭만주의에 끼친 영향이 크죠.” 그는 9월 26일 공연에서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와 피아노 소나타 세 곡, 첼로 무반주 모음곡 2번과 3번을 연주한다. 그는 “낭만주의 곡들이 주로 타인이나 자연을 향한 감정을 담았다면,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은 내면을 향한 낭만이 가득한 작품”이라며 “마치 혼자 명상하는 듯한 곡이라, 나의 내면을 향한 낭만과 잘 맞는 선곡”이라고 말했다. 무대에는 오랜 동료이자 앨범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함께한다.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는 원래 첼로가 아닌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를 위한 곡.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오래된 악기로, 첼로가 등장한 뒤에 빛을 잃었다. 낭만의 뿌리, 바흐 “바흐는 엄격한 초상화 속 인물로만 알려져 있지만, 20명의 자녀가 있었고, 세상의 모든 풍경을 경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악보는 필사만 해도 65년이 걸릴 양입니다.” 양성원은 바흐를 “낭만주의의 기반을 마련한 음악가”로 본다. 그는 “바흐만큼 낭만적이면서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곡가가 없습니다. 코드 하나, 프레이징 하나하나에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바탕이 담겨 있죠”라며 “바흐의 화성을 멜로디로 풀면 낭만주의 음악이 되고, 낭만파 작곡가들은 그 구조와 표현을 우러러보며 창조했다”고 말했다. 바흐의 음악은 지성과 감성의 완벽한 균형을 갖췄다. 수학적 구조 속에서 낭만적인 코드가 피어난다. 그래서 영감이 막힌 작곡가들은 바흐로 돌아간다. 비틀스는 바흐를 사랑했고 현대 음악가들도 바흐에서 힌트를 얻는다. 관객에게 전하는 바람 “올해 무대에서 바흐가 상상했던 첼로와 피아노의 대화를 들으시면 됩니다. 악기의 소리를 언어라고 생각하면, 두 악기가 내는 소리는 사람들 간 대화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바흐를 들으며 각자 평화를 느껴보세요. 그 평화 속에서 낭만을 발견하신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건 없습니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09-12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65

[] 마포 M 클래식 축제, 10년의 발자취

마포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마포M 클래식 축제가 올해로 10회를 맞이한다. 알려졌다시피 마포구는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하나이며 서울특별시의 25개 구 중 하나다.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이 지(知)와 감성을 겸비한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개성적인 축제를 이끌며 지역의 고유한 색깔로 자리매김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자 축하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백건우 문지영 박재홍 김도현, 킷 암스트롱, 일리야 라쉬콥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김다미 김동현, 첼리스트 양성원, 소프라노 캐슬린 김, 기타리스트 박규희 등 한국을 대표하고 전 세계에서 팬덤을 거느린 스타급 아티스트들이 마포M 클래식 축제의 무대에 서왔다.   마포 M 클래식 축제의 시작은 우연하다면 우연했지만 깊은 의미가 있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전국 각지의 지역 상권이 위기를 맞았다. 이 축제는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고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축제는 매년 혁신적인 시도를 거듭하며 진화했다. 2017년에는 경의선숲길, 행화탕 등 개성적인 공간들을 활용해 지역 전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시켰고, 야외 오페라 ‘카르멘’을 제작하는 눈에 띄는 시도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홍대 라이브 클럽 등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야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공원과 학교, 시장 등 일상 공간에서 클래식 접근성을 높이고 ‘한국 가곡 르네상스’ 같은 한국 고유의 콘텐츠를 강화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다. 그러나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멈추지 않았다. ‘언택트를 넘어 디지털 컨택트’를 지향하며 마포 6경을 배경으로 가상현실과 드론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공연을 대거 선보였다. 위기에 처한 축제의 개념을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유형의 축제를 만든 시도였다. 2021년에는 ‘Green With Classic!’이라는 슬로건으로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인 환경의 메시지를 클래식과 결합했고 온라인 관객 5만 명 돌파와 온라인 공연 평균 조회 수 71% 증가 등 디지털 전환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었다. 또 2023년에는 마포문화재단 자체 오케스트라를 결성하여 첫 무대를 선보였고, 2024년에는 클래식과 국악의 조화를 시도하는 등 매년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을 변화시키는 축제 브랜드’로 혁신적인 공공부문 기획력을 인정받아 2018년 예술 경영 컨퍼런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마포가 원래 ‘클래식’의 이미지로 인식된 지역은 아니다. 클래식 음악은 마포 외 지역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클래식’의 품격과 지적 접근에 집중하면서도 고유의 차별성을 확보했다. 위에 살펴보았듯이 대중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지역 명소와의 협업, 야외 오페라 제작, 한국적 콘텐츠 재조명, 국악 융합, 디지털 기술 접목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마포구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지역을 변화시킨 축제 브랜드’를 인정받도록 했다. 특히 메르스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축제를 모색한 점은 이 축제의 적응력과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수많은 지역축제가 열린다. 지역축제는 그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객 유치에 기여한다. 주민 각자에게도 ‘우리 동네’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참여를 높이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축제의 성공이 명확한 주제와 건실한 추진 주체, 참신한 홍보, 방문객에 대한 배려,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에 달렸다면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이 각각의 요소에 대해 모범적이고 수준 높은 모델을 보여주었다.   기획 단계부터 마포 M 클래식 축제가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한 점도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예술가에게 창작 활동을 보장하고 지역 상권 회복을 목적으로 기획된 점은 위에 이미 언급했으며, 이후에도 이 축제는 지역 예술가 지원 및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지역 소상공인과 함께'라는 주제를 내세우는 등 지역 상권과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이제 10주년을 맞이한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위기의 극복을 위해 탄생했으며 이후에도 위기를 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과 혁신이 지속 가능한 축제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지역 문화축제는 그 지역의 특징을 보여줄 때 성공할 수 있다.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물리적 공간과 경제적 상황, 사회적 이슈, 미래의 비전까지를 아우르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을 보여왔다. 클래식의 장르 특성을 유지하면서 마포아트센터와 같은 정규 공연장 외에 경의선숲길, 상암월드컵공원 수변무대, 폐업한 목욕탕인 행화탕, 홍대 라이브 클럽, 게스트하우스, 전통시장, 학교, 서울함공원 등 마포구 내의 다양한 공간들을 공연장으로 활용했다. 특히 ‘마포 6경’을 이 축제를 통해 각인 시킨 것은 지역의 상징적 공간을 예술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시도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국에서는 2024년 전국에서 약 1170건의 지역 축제가 열렸다. 2022년과 대비해서도 24%나 증가한 숫자다. 개성 없는 축제는 예산 낭비와 행정력 소모로 이어지다 사라지기 일쑤다. 축제가 본질적인 주제와 관계없는 단순 공연 위주의 이벤트로 진행되거나 매년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허다하다. 어느 축제든 그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독창성과 차별화, 주민 참여 확대, 전문성 강화, 환경 친화적 접근, 장기적인 재원 확보를 비롯한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이미 ‘디지털 컨택트’와 환경 메시지 결합 등 선제적인 노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앞으로는 융복합 콘텐츠 강화, 더 수준 높은 기술 활용, 주민 참여 확대 및 글로벌 위상 강화 등으로 축제의 고유한 가치가 계속 높아질 것을 기대할 만하다. 이 축제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로 도약할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08-21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95

[PEOPLE] 운명처럼 맥 매니아 “몸과 마음 충전, 저만 알고 싶어요!” 마포문화재단 유료회원 김동문·심재복 인터뷰

 ▲ (왼쪽부터) 마포문화재단 유료회원 심재복, 김동문 회원 “수영장 티켓이 제일 많더라고요.” 그래서 심재복 씨는 시작부터 VIP회원이었다. 그렇게 2017년 마포문화재단 유료회원 맥 매니아(MAC MANIA) 시작부터 9년 째 함께 하고 있는 그와 마포문화재단의 인연은 운명과도 같았다. 2016년 스포츠회원으로 수영장을 이용하던 중 마포아트센터와 근접해 있는 아파트 분양소식을 접하면서 지금 거주지에 입주했다. 문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클래식 공연, 뮤지컬, 연극, 발레, 전시 더불어 스포츠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는 마포아트센터에서 “몸 건강과 마음 충전”까지 챙기고 있다. “멀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집 앞이다 보니 공연만 괜찮으면 무조건 예매를 하는 것 같아요. 다음달(9월 4일)에 공연하는 ‘스윙, 더 라스트 댄스’(Swing, The Last Dance), 바로크 특집 #1 ‘바흐 스페셜’도 이미 예매했죠. 그렇게 예매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요. 그리고 연초, 연말에 보는 공연들이 정례화 되다보니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한데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돼주기도 하죠.” 마포구 내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김동문 씨는 호주 시드니 여행 중 자신의 문화향유 편식을 깨달으면서 2022년 맥 매니아가 됐다. 그 시작은 마포아트센터 연말 프로그램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었다. “여전히 클래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 그냥 공연장에 오는 걸 즐기기도 해요. 3, 4년 전 호주 시드니 여행 중 오페라하우스를 갔어요. 클래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데도 공연장이 주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좀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재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먹고 챙겨보자 했죠.” 그렇게 마음먹은 차에 마포아트센터의 ‘호두까기 인형’을 보게 되면서 “혼자 보다는 친구들이나 지인이랑 같이 보면 좋겠다 싶어” 공연관람 모임까지 꾸렸다. “선예매가 4장까지 가능해서 친구들이랑 몇 번 같이 봤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번 4장씩을 예매해 선착순으로 3명을 추려 같이 관람 중이죠.” 심재복, 김동문 씨가 지금까지 예매한 티켓 수는 100여장. 마포문화재단 기획공연·전시 할인 및 선예매를 비롯해 스포츠센터 자유이용권, 무료주차권 혜택이 주어지는 맥 매니아인 두 사람의 관람 비용은 여타 공연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심재복 씨는 비록 그 출발점은 “수영장 티켓”이었지만 9년차에 접어든 현재는 신년음악회, 연말 송년음악회 등 공연관람이 정례화되면서 가족과의 관계가 보다 돈독해졌다. “가족끼리 문화생활을 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맥 매니아 할인과 선예매 혜택으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죠. 근처에 사시는 장모님까지 가족이 마포아트센터와 항상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직업 특성상 다양한 공연장, 아트센터 등 문화시설을 방문하기도 한다는 김동문 씨는 “다른 구의 문화재단과 달리 클래식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들을 많이 하고 있었고 할인율도 높은데다 선예매 혜택이 있어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회사가 가까워서 스쿠터를 타고 와서 보곤 해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만족도는 높은 편이어서 가성비가 좋거든요.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봤던 ‘웰컴 투 바로크’ 시리즈 공연은 전혀 기대를 안했는데 구성이 되게 알찼어요.” 가장 기억에 남거나 만족스러운 공연에 대해 심재복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좋아했던” ‘지브리&스즈메의 문단속’ 그리고 “장모님이 보시고 너무 즐거워하셨던” ‘신년음악회’를 꼽았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 부부인 김소현, 손준호 콘서트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2023년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콘서트도 인상 깊었어요. 되게 유명한 분이시라는데 전 모르고 봤는데도 정말 좋았습니다.” 김동문 씨는 매년 연말 3년 연속 본 ‘호두까기 인형’을 가장 재밌었던 공연으로 꼽았다. 그는 “재작년까지는 똑같았는데 작년에는 또 달라서 재밌었다”고 웃었다. “발레단(2023년까지 와이즈발레단, 2024년 서울발레시어터)에 따라 같은 작품인데도 다를 수 있구나를 깨달았죠. 앞으로 좀 더 발레를 찾아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2025 서울 탭댄스 페스티벌 중 ‘탭 인 재즈’(TAP in JAZZ)은 기대감을 안 가지고 갔었는데, 함께 보러 간 친구들이 엄청 좋아해서 저도 즐겁고 뿌듯했구요. M 클래식 축제 일환으로 진행됐던 로워 스트링 콰르텟 공연에서는 항상 듣던 노래를 카운터테너(정민호) 등 다르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로워 스트링 콰르텟 리더이자 진행자셨던 이신규 비올리스트가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친구들과 공연을 보는 모임과 더불어 다양한 직장에서 다채로운 일을 하는 이들 120여명이 모여 여행을 하거나 맛집 탐방을 비롯해 공연관람까지 하는 동호회 활동에 누구보다 열성적인 김동문 씨는 “지금은 제가 구매하는 4장인데 호응이 좋아서 동호회원 중 한 사람을 더 맥 매니아로 가입시켜 관람 참여자를 늘려볼 생각”이라고 웃었다. “제가 예매한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았다, 좀 별로다 등의 얘기를 듣다 보면 제가 기획한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하고 미안하고 그래요. 사실 회원이 늘면 선예매 경쟁도 치열해질 테니 저만 알고 싶을 정도로 맥 마니아는 만족도가 높습니다. 작년에 ‘보도지침’이라는 연극을 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재밌는 뮤지컬이나 연극 등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맥 매니아 제도 시작부터 함께 해온 심재복 씨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이 다채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가 좀 크니까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며 “중학생 이상 청소년들을 위한 콘텐츠가 좀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술사나 유명 작품에 대한 강의, 발레 강연 등이 진행돼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대학교에도, 고등학교에도 밴드가 많아요. 마포구는 또 밴드의 성지잖아요. 밴드를 비롯해 K팝 댄스 등 아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관람을 넘어 참여하는 콘셉트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그 스스로도 ‘소타’라는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 중인 심재복 씨는 “저희 멤버 중에 대학교 때 마포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꿈의 무대’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며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저는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의 변기작품 ‘샘’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지금 아이들은 정말 학원을 많이 다녀요. 공부해야할 것도 너무 많죠. 그럼에도 공부 말고 다양한,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서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치관을 다양화시키고 학업이 아닌 다른 길을 열어주는 게 문화예술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는 사회에서 “문화예술 지식이나 감각이 정말 중요하다”며 “공연 뿐 아니라 직접 실습,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이기도 했다. “5년 전쯤 유럽에 파견을 가 있으면서 공연장을 자주 다녔는데 줄을 서서 저렴한 티켓을 사는 풍경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저소득층, 학생 등 문화향유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발품을 팔아서라도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저렴한 티켓 등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문화예술의 정의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해석한 바로는 우리 일상생활에 있고 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액티비티면 문화예술이지 않나 싶어요.”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08-20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50

[PEOPLE] “오고 또 오고 싶은 힐링 공간으로… 마포아트센터 ‘변신’ 시작합니다.”

“공연을, 전시를 본다는 건 뭘까요. 일상의 쉼과 치유, ‘힐링(healing)’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시와 공연, 마포만의 특성이 담긴 축제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건 물론이고, 마포아트센터를 구민들이 오고 또 오고 싶은 로맨틱한 공간으로 변신시켜 보겠습니다.” 지난 6월 1일 취임한 고영근 마포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는 “공간이 바뀌면 공기가 바뀐다. 그 안에 있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는 공간이 앞으로 마포아트센터의 정체성,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삼성에버랜드를 거쳐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사업개발부장, 감사실장 등을 지내며 예술 행정과 조직 경영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풍부하다. 공간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소신도 예술의전당 시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쌓인 것.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에 여행 가서 가장 감명 받는 경험이 노천카페 파라솔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라고들 하지요. 예술의전당에 야외 음악 분수와 야외 카페가 생긴 이후로 방문객 체류 시간이 몇 배 늘었습니다. 그 전에는 공연 보러 왔다 그냥 가는 공간일 뿐 머물 이유가 없었지요.” 그는 “마포아트센터도 먼저 가족과 함께 와서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면 자연히 전시와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좋은 마티네 공연, 클래식 문턱 낮출 것  고 대표는 “마포아트센터의 정체성과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깊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 뭘까 생각해 보면 ‘M클래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결국 좋은 공연과 전시를 만들어야 마포아트센터만의 브랜딩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강점은 더 잘 살려나가야죠. 매월 정기적으로, 마포아트센터를 대표할 수 있는 특징 있는 공연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입니다. 주민들이 ‘아, 매월 이 날은 마포아트센터에서 좋은 공연이 있는 날이지’ 하고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주민 접근성이 높은 마티네 공연을 강화할 생각. “마포의 특성상 대중가요 공연도 많이 해야 합니다. 인디 음악 문화와도 연결돼 있고요. 하지만 구민들이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로서 마티네 공연의 역할도 중요하지요.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니까요.” 그는 “마티네 공연 프로그램을 잘 정착시켜 관객층을 넓혀서, 훨씬 더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열더라도 객석 채울 걱정을 안 해도 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축제 브랜드 강화하고 전시장 확대   ▲ (시계방향으로) 2024 M 클래식 축제 야외콘서트 <문 소나타>, 2025 광장문화축제 <무대위의 책방>, 2025 광장프로그램 <M-스퀘어>  , 2024 마포 바이닐 페스타 <마포 LP데이> 그는 “월드컵경기장 평화공원에서 마포아트센터 주최로 야외 오페라 공연을 하는 걸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마포는 지역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 다양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도 했다. 8월 말에 시작해 연말까지 공연이 이어지는 ‘마포 M 클래식 축제’ 등 축제 형식의 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마포아트센터가 축적해온 장점. 마포의 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다양한 공연과 축제도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그는 “예컨대 ‘무대 위의 책방’ 프로그램은 출판사와 특색 있는 책방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더욱 확대하고 일러스트 전시 등의 세밀한 밀착형 프로그램으로 지역 연계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트스토리M’ 같은 프로그램은 예술의전당 인문학 강좌 등과도 연계 가능성을 모색한다.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뛰어놀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놀러와요, 마포아트센터 광장으로’ 같은 광장 프로그램도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그는 “상대적으로 공간이 작아 유료 전시를 열기엔 아쉬웠던 전시장도 장기적으로는 센터 내 공간을 활용해 더 넓히고 개선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포구엔 서강대, 홍익대 등 대학이 많아 출신 예술가들도 많습니다. 이분들에게 마포아트센터가 도움이 되면서 주민과 예술 향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려 합니다.”     봉사로 깨달은 더 큰 행복, 효도밥상 기부로 이어져... 결국 모든 것은 “고객 만족”    고 대표는 “제가 마포아트센터에 오게 된 건 어쩌면 마포구 효도밥상 자원봉사 덕분”이라며 웃었다. “제가 MBTI 성격으로는 내성적인 대문자 ‘I’인데 일단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달려들어서 하고야 말아요. 마포구에 ‘효도밥상’이라는 좋은 사업이 있단 얘길 듣고 무작정 전화를 걸어서 ‘반찬 공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죠.” ‘효도밥상’은 75세 이상 마포구 거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관내 종교시설, 공공시설, 경로당 등 거점형 이동급식소 50여 곳에서 ‘1국 6첩’의 품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마포구가 유휴 공간을 활용해 직접 두 개의 반찬 공장을 만들고 당일 조리, 당일 배송하여 연내 이용 어르신 5,000명으로 확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찬 재료 다듬고 만드는 일부터, 국, 반찬을 담아서 식사 장소로 배송하는 일까지 다 해봤죠. 결국 효도밥상이 '운명의 견인'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더 큰 것을 얻은 것 같아, 지난달엔 ‘효도밥상’에 기부도 했어요, 하하.” 그는 민간 기업 삼성에버랜드와 공공 법인 예술의전당을 거친 이력에 대해 “결국은 ‘고객 만족’이라는 본질은 같다.”고도 했다. “삼성 에버랜드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고객 만족이었습니다. 수익성이 부족한 공공성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공공성 없는 수익성은 의미가 없지요. 재정 자립도가 중요시되는 요즘은 수익성이 더욱 강조되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마포아트센터만의 ‘색깔’ 입히고 싶어”    고 대표는 예술과 공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이것을 구현해내는 것이 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저는 복합아트센터 예찬론자입니다. 낮에는 전시를 본 뒤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저녁에는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고객의 소리’에도 더욱 귀 기울일 생각. 연회비 5만원으로 예매 오픈 하루 전 선예매가 가능한 ‘맥매니아’ 유료 회원을 2000명까지 늘려가고, 기업 메세나를 통해 이뤄지는 예술 소외 계층을 위한 객석 기부도 효과적으로 운영해가고 싶다. “후원회를 설립하고 싶은 목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 공연에는 꼭 필요하지만 재단 예산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들일 수도 있을 거예요.” 삼성에버랜드 8년과 예술의전당 21년의 경력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훌륭한 리더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능력을 길러주고 향상시켜주는 사람”이라는 신념도 얻었다. 고 대표는 “제가 ‘예술은 감동, 관람은 습관’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도 했다. “힐링 공간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고 감동받는 생활이 구민의 습관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무채색인 마포아트센터 건물 안에도 공연과 전시에도 마포만의 색깔을 입히고 싶습니다.”   사진_이지은 작가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07-08조회수 아이콘조회수 664

[PEOPLE] “보이지 않아도 재밌게, 특별하게 연주할 수 있어요” - <조금은 특별한 피노키오> 한빛예술단 정해궁 원장, 김지선 수석단원 인터뷰

"지휘자를 보지 않고 연주 호흡을 맞추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요? 저희들끼리는 농담도 주고받고 재밌었어요. 다들 창의성이 뛰어나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어요." 시각장애인 전문연주단 한빛예술단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은 지휘자를 보지 않고 합주를 선보이는 일이 즐겁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비장애인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불편함으로 여기지만, 그는 장애를 특별함의 원천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빛예술단이 오는 2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선보이는 음악극 <조금은 특별한 피노키오> 의 메시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9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한빛예술단 김지선 수석단원과 정해궁 원장은 음악극을 통해 장애가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각자의 다름이 곧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나아가 아이들 각자가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비전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피노키오> 는 유명 동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이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피노키오가 주인공으로, 눈을 뜨게 해준다는 마법의 마을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특별함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지선을 비롯한 한빛예술단원 10여명이 밴드를 편성해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예술단 음악감독이 이어폰을 착용한 단원들에게 신호를 주면 그에 맞춰 장면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장애라는 주제를 재미 요소와 함께 무겁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인형 탈을 쓴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며 동화구연가 홍다통통과 배우 김영노는 생동감 있는 목소리 연기를 곁들인다. 연주자들도 악기로 동물 소리를 흉내 내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며 호응을 유도한다. 특히 공연을 관람하는 어린이 관객들이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준다는 것이 정 원장의 설명이다. "시각장애 연주자들은 보통 연주를 마치고 난 뒤에야 박수 소리로 관객과 소통합니다. 그런데 이 음악극은 객석에서 아이들이 웃는 소리에 연주자들도 함께 웃으면서 연주해요.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고 보람을 느껴요.“ “음악극을 단지 장애인 공연으로만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우리가 연극을 볼 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이야기가 어떨까 추측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러 온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김지선) 한빛예술단은 2003년 창단해 시각장애 연주자를 직고용하고 다양한 기획공연을 개최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단체다. 현재 40여명의 단원이 오케스트라, 금관앙상블, 밴드 등을 편성해 활동하고 있다. 2023년 예술단에 부임한 정 원장은 "한빛예술단을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찾아오게 만드는 단체로 만들고 싶다"며 "기꺼이 돈을 내고 공연을 보고 싶은 예술단이 된다면 장애 예술인들에게 정당한 급여를 드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일자리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년은 정 원장이 김지선의 연주를 처음 감상한 해이기도 하다. 김지선은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 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 연주회를 개최했는데, 정 원장은 그날 객석에서 연신 감탄을 표했다고 한다. 정 원장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풍부한 감정 표현에 매료됐다"며 "당시는 원장으로 발령받기 전이었는데,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예술단 소속이라는 말에 큰힘이 되겠구나 싶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김지선의 뛰어난 연주 실력은 자신만의 연주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의 클래식 테이프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 바이올린을 잡았다는 김지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오른 유학길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지선은 "음악을 말에 비유한다면 한국에서는 정확한 발음을 내는 법을 배웠고,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감동적으로 말을 전할 수 있는지를 익혔다"며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했을 때 동경하던 소리는 아니지만, 저만의 소리를 찾았다"며 웃었다. 현재는 한빛예술단 소속으로 활동하는 한편 한빛맹학교에서 후배 시각장애 연주자를 지도하고 있다. 그는 연주 기술 지도는 물론 슬럼프를 극복했던 경험을 나누며 후배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김지선은 "제가 좋은 교수님들에게서 아무에게나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으니, 그걸 나누고 싶었다"며 "과거에 슬럼프를 겪은 경험도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지선의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서는 무대를 더욱 자주 만드는 것이다. 올해 연말에도 비장애인 연주자들과 함께 현악사중주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한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전에는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요즘 좋은 연주자는 성품에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껴요. 듣는 이의 마음에 치유와 회복을 안기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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