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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좋아하는 작품 하나쯤 갖고 싶은 당신에게"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지만 아는 작곡가가 없다면, 모네의 그림이 왜 아름다운지 궁금하다면, 유명 오페라 아리아의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다면…. 이런 ‘마음만 애호가’인 이들에게 마침맞은 강의가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마포문화재단이 개설한 ‘화요 인문학 감상 특강’ 얘기다. 재단은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클래식 음악사 ▲서양 미술사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단 관계자는 “그간 실기 강의를 위주로 수업을 구성했지만 올해는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바탕이 되는 이론, 인문학 프로그램들도 함께 개설했다”며 “강의를 통해 구민들이 문화 예술 작품을 볼 안목을 키우고 이들이 꾸준히 센터의 공연과 전시를 찾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희창 음악평론가(오페라), 임주빈 전 KBS클래식 FM PD(클래식), 김찬용 도슨트(미술사) 특강을 이끌 강사들은 각 분야의 ‘베테랑’들로 구성했다. 클래식 음악사는 임주빈 전 KBS 클래식 FM PD, 미술사 강의는 ‘대한민국 1호 전업 도슨트’인 김찬용, 오페라의 역사는 조희창 음악평론가가 맡는다. 지난 19일 센터에 모인 이들은 “이번 강의가 끝날 무렵엔 본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미술, 오페라 아리아 작품 3~5개는 확실히 익히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을 소개해달라. 임주빈(이하 임):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강의 계획을 짰다. 바로크, 고전, 낭만주의 세 가지 사조의 대표적인 작품과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힙합, 팝, 가요 등에 샘플링되거나 영화음악으로 쓰인 클래식들도 알려주며 클래식이 생활 속에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 김찬용(이하 김): 르네상스~사실주의, 인상주의~입체주의, 후기 인상주의~초현실주의, 추상미술~동시대의 미술 작품들과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 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부터 설명하면 곧장 교재가 라면 받침이 될 것이다.(웃음) 조희창(이하 조): 장르를 뛰어넘어 역사적 아이콘이 된 오페라 속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바로크 오페라의 시작이었던 오르페우스, 순진무구한 청년의 대표 주자인 네모리노, 비련의 여인인 비올레타, 팜므파탈의 대명사 카르멘 등 그 자체로 서양사의 아이콘이 된 등장 인물들을 골라서 이들이 왜 오페라에서 등장했고 왜 중요한지 알려드리겠다. -강사들도 한때는 초심자였을텐데. 임: 중학생 때 우연히 막내 고모를 따라 백건우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반하면서 클래식에 ‘입덕’ 했다. 고등학생 때는 막 개국한 KBS 클래식 FM을 들으면서 더 빠졌다. 세월이 흘러 KBS에 입사하게 됐는데, 단박에 희망 부서로 클래식 FM을 적어냈다. 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천재는 너무 많고 나는 작가로는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미술을 완전히 떠나긴 싫었다. 그래서 도슨트를 하기로 맘 먹었다. 당시엔 도슨트가 일종의 자원 봉사자 같은 일이라서 돈을 받고 일하는 직업이 아니었다.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었다. 혹시나 내가 맘이 약해져서 다시 미술을 하고 싶을까봐 내가 만든 작품들도 모두 없애버렸다. (웃음) -도대체 왜 좋나. 임: 가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일었다. 클래식만이 건드리는 감정이 있다. 심지어 내 자신이 달라 보인다. 열심히 음악을 듣는 나를 보며 ‘나 좀 고상해졌네?’라는 생각도 한다. 조: 어느 날 접신하듯 빠져든다. 다만 한두 번만에 좋아지긴 힘들다. 나도 중학생 때 처음 오페라를 봤을 땐 몰입이 안 돼서 그대로 안 보게 되나 했는데, 대학 와서야 빠져들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뒤돌아 생각하니 진국이다’ 싶은 게 클래식 오페라다. 또 한 가지, 죽는 날까지 들어도 다 못 듣는다는 점도 매력이다. 공공 기관만 25년 째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데, 13년 내내 주제를 바꿨는데 새로운 주제가 샘 솟는다. 그 정도로 방대하다. 김: 요즘 같은 집중력 저하 시대에 문화 예술 감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뇌 과학자들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 자체가 머리를 활성화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나에겐 그게 미술이었지만, 여러분 모두에게 미술일 이유는 없다. 다만 각자가 인간다워 질 수 있는 무언가 하나는 꼭 필요하다. -좋아하는 걸 소개하는 건 어떤 느낌인가. 김: 도슨트 하다 보면 별일이 다있다. 어떤 분은 내가 소개한 미술 전시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퇴사를 했다. 영국에서 진행한 미술관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60대 여성은 “1주일 전 암 진단을 받고 고민하다가 비행기를 탔는데 정말 후회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그 분 붙잡고 같이 울었다. -이번 강의 목표는. 조: 수강생들이 ‘똘똘한 아리아’ 10곡 정도만 제대로 듣고, 익히고 가셨으면 좋겠다. 오페라는 가사가 외국어라는 진입 장벽이 있는데, 이걸 완전히 없앨 수 있게 도와드리겠다. 강의 끝나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리스트업을 해봐도 좋다. 김: 마찬가지로 나의 ‘베스트 명화’를 꼽아보는 것도 좋겠다. 임: 잠시라도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연주회를 예매해본다든지 클래식 FM을 틀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이번 강사 중 유일한 마포 주민인데, 이런 강의가 센터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클래식도 그렇게 어렵거나 지루한 건 아니란 걸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그래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홍보마케팅작성일 2026-04-28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90

[PEOPLE] 뉴욕 브로드웨이 890번지, ‘K-발레’의 원석들이 빚어낸 찬란한 봄

뉴욕 브로드웨이 890번지. 세계 발레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연습실의 봄은 계절보다 느리게 도착한다. 뉴욕의 혹독한 칼바람이 빌딩 숲을 훑고 지나갈 때, K-발레의 원석들은 근육의 열기로 차가운 바닥을 데우며 자신들의 봄을 깨운다. [사진] Birthday Variations pas de deux by Gerald Arpino, featuring Sooha Park and Max Barker. Photo by Emma Zordan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깨달았어요. ‘아, 내가 나의 자유를 바쳐서 발레만 하고 살고 있었구나’라고요. 후회하진 않아요. 어린 나이부터 이 예술을 갈고 닦았기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요.” (박수하) 여덟 살에 토슈즈를 신은 박수하는 선화예중·고를 졸업한 ‘한국형 엘리트’의 전형이다. 오직 ‘발레’ 하나만을 보고 지난한 시간을 통과한 그는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이후 ABT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스쿨(JKO)에서 공부했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모두 거친 뒤, 그는 지난 시간을 담담히 복기한다. “한국에선 극한의 교육”으로 기틀을 마련했고, “미국에선 춤추는 것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고 그는 돌아본다. 세계 최정상 발레단 중 하나인 ABT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ABT 스튜디오 컴퍼니’에선 지금 한국인 무용수 세 사람이 저마다의 빛깔로 만개 중이다. ABT 정통 코스를 밟아온 박수하, 2025년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우승자 박윤재(18), 2024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그랑프리의 박건희(21)가 그 주인공. 세 사람은 오는 17~18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ABT 스튜디오 컴퍼니 발레 갈라’를 통해 찬란한 금의환향을 앞두고 있다. [사진] 2025 ABT Studio Company Dancers. Photo by Emma Zordan ■ 단점을 숨기기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ABT의 문법’ 세 사람의 궤적은 다르지만, 종착지는 같았다. 세계가 이들을 시험했고, 압도적인 재능은 보석처럼 드러났다. 주요 콩쿠르를 거친 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ABT 스튜디오 컴퍼니였다. 지난해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로잔 콩쿠르 1위와 ‘영재상’을 동시에 가져간 박윤재의 행보는 일찌감치 화제였다. 해외 유수 발레단의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선택은 단호했다. 박윤재는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ABT 발레단 영상을 보는 순간 ‘나도 저 무대에서 저 무용수들처럼 춤추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올랐다”고 회상했다. 강렬한 확신과 예술적 직관이 그를 뉴욕으로 이끌었다. 박건희와 박수하에게도 ABT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의 무대’였다. 열두 살에 발레를 시작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친 박건희는 “스튜디오 컴퍼니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기회를 얻은 영광”이라고 했다. ABT 스튜디오 컴퍼니는 단순한 수련 기관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단 12~14명만을 선발하는 소수정예 시스템으로, 입단 자체만으로 ‘프로 무용수’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현재 ABT 본단 무용수의 약 85%가 이곳 출신이며, 세계적인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 역시 이 과정을 통과했다. [사진] (왼쪽부터) 무용수 박건희, 박수하, 박윤재 세 사람이 꼽는 강점은 명확했다. 박수하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습하며 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 특히 수많은 투어 활동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꼽았다. “무대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예비 전문 무용수에게 무엇보다 소중해요. 한국에서 곧바로 컴퍼니에 입단했다면 이토록 방대한 무대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박수하) 이곳에서 세 사람은 기술적 완성을 넘어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박윤재는 “무용수 고유의 개성과 매력을 이끌어내 주는 환경 덕분에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Be kind to yourself)’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선 메소드에 맞게 동작을 정제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틀’에 집중했다면, 이곳에선 단점을 숨기기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법을 배워요.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물음표를 던지던 습관을 내려놓고, 나를 다독이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가장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박윤재) 박건희 역시 이 시스템의 정수를 “개별성을 발굴하는 지도”라고 정의했다. 한국처럼 기본기를 엄격히 다루되,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까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무용수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색을 스스로 찾게 한다는 설명이다. 사샤 라데츠키 예술감독의 리더십 아래, 이들은 ‘정형화된 기준’이 아닌 ‘오직 나만이 낼 수 있는 맛’을 찾아가고 있었다. 뉴욕에서의 생활은 치열한 경쟁보다는 서로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확장하는 ‘공존의 장’이다. 같은 건물에 살며 가족처럼 의지하는 다국적 동료들은 서로에게 가장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박건희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재능 넘치는 친구들과 함께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하는 과정이 정말 행복하다”며 “국적도, 배경도 다르기에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로는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된다. 박수하는 “모두가 동등하게 역할을 분배받기에 부정적인 질투 없이 춤추는 행위 자체에 몰입할 수 있다”며 “나보다 성숙한 친구들을 보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고 전했다. 박윤재는 동료 케일라 맥(Kayla Mak)의 컨템포러리 작품을 보고 전율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춤으로 이끌어내는 힘과 무게감을 표현하는 방식을 보며 시야를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자유를 바쳤던 시간” 위에 피어난 ‘K-발레’의 정점 [사진] (왼쪽부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 중인 무용수 박건희, 박수하, 박윤재 한국 발레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성실함은 세계 무대에서도 분명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성장한 세 사람은 한국형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럽고 예리한 진단을 내놓는다. 박수하는 “혹독한 훈련 체계 속에서 발레가 ‘예술’이라는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며 “개성이 억눌린 채 틀에 맞춰지기보다, 기본기를 지키되 고유의 예술성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희 또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깔끔한 테크닉 위에 무용수만의 ‘맛’을 첨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윤재는 교육 과정의 스펙트럼 확장을 언급했다. “어릴 때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춤을 접하며 시야를 넓혀야 한다”며 “컨템포러리와 클래식이 결합하는 현대 발레의 흐름에 맞춰 무용수들의 시선도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만날 세 사람과 ABT 스튜디오 컴퍼니의 무대는 현재의 자신을 증명하는 자리다. 클래식과 컨템포러리가 교차하는 프로그램으로, 사샤 라데츠키 감독이 직접 엄선한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라 바야데르’부터 ‘번스타인 인 어 버블(Bernstein in a Bubble)’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언어가 한 무대에 오른다. [사진] (왼쪽부터) ABT스튜디오 발레 컴퍼니 사샤 라데츠키 예술감독, 무용수 박건희, 박수하, 박윤재 박건희는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와 ‘그랑 파 클래식’ 등 4개 작품에 출연, ‘다른 결’을 연결한다. “각기 다른 캐릭터와 ‘나’라는 존재가 잘 어우러지는 무대”라는 귀띔이다. 박수하는 자신의 강점인 클래식 스타일을 극대화한 ‘그랑 파 클래식’과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한 ‘파리의 미국인 파드되’를 선보인다. 박윤재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을 만나 미국 발레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세 무용수는 각자의 시간표로 성장 중이다. 이들의 몸짓은 이제 ‘완벽한 기술’이라는 틀을 깨고, ‘자유로운 예술’이라는 본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쳐 왔지만, 세 사람의 방향은 같은 곳을 향한다. 춤을 잘 추는 무용수를 넘어, ‘나만의 언어’를 가진 예술가가 되는 것. 브로드웨이의 혹독한 칼바람을 뚫고 서울의 봄 무대에 오르는 이들의 몸짓에 내일의 한국 발레가 푸른 싹을 틔우고 있다. 박윤재는 10년 전 객석에 앉아 있을 ‘꼬마 박윤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용기와 자신감을 꼭 쥐여주고 싶어요. 그 순수한 재능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라고요.”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홍보마케팅작성일 2026-04-14조회수 아이콘조회수 184

[PEOPLE] 공놀이클럽이 마포로 이사온 이유

공놀이클럽이 마포로 이사왔다. 지금 연극계에서 가장 힙한 극단 ‘공놀이클럽’이 마포아트센터 상주단체로 둥지를 튼 것. 내년이면 설립 20주년을 맞는 마포문화재단은 매년 클래식,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을 폭넓게 지역주민에게 선보여 왔지만, 특정 장르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체와 장기적인 협업을 도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덕분에 연극 라인업도 대폭 강화됐다. 마포 주민들이 누구보다 가깝게 첨단 콘텐트를 누릴 수 있는 예술 분야가 생긴 셈이다. 공놀이클럽의 강훈구 연출은 지난해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팁’으로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공연계가 주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젊은 예술가다. 마포문화재단 고영근 대표도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에 오랜 기간 몸담았기에 워낙 눈높이가 높아 평소 직원들에게 “강북의 예술의전당이 되자”고 외친다는 고 대표가 매의 눈으로 강 연출을 알아본 것이다. “마포아트센터의 극장 환경을 고려할 때 연극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극인들을 수십명 만났어요. 강훈구 연출도 그중 하나였는데, ‘영어덜트 연극’을 지향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결정했습니다. 마포에 중학교 15개와 고등학교 11개에 총 2만명의 학생이 다니고 대학도 홍대와 서강대가 있는데, 연극은 어린이나 중장년층을 겨냥한 것만 해왔거든요. 중간층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이분을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죠.”(고) “창작극을 하면서 브랜딩이 필요해서 ‘영어덜트’를 내세웠어요. 블루오션이라 생각한 것도 있지만, 애초에 또래 친구들과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며 연극을 해왔으니까요. 영어덜트라 내걸다보니 주변에 비슷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서 뿌듯하기도 합니다.”(강) 공놀이클럽의 연극을 본 적도 없이 상주단체로 결정한 고 대표는 최근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이상한 어린이연극 오감도’를 보고 무릎을 쳤다. “어린이 연극인데 어른이 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공놀이클럽 장점이더군요 . 연극이 메시지가 무거운 경우가 많은데, 메시지는 무겁더라도 재밌게 전달하기를 추구하는 것도 좋았어요. 마포도 재미있었으면 하거든요.”(고) “고정 연습실 없이 장돌뱅이 생활을 해왔어요. 주로 대학로나 한성대 인근을 전전했는데, 감사하게도 덕분에 연습실과 사무실까지 생겼어요. 사실 불러놓고 관심 없는 기관도 많은데, 너무 크게 환대해 주시고 우리가 하려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주셔서 더 욕심내서 해보려 합니다. 다른 곳의 상주단체들도 부러워하더라고요.”(강) [사진] (왼쪽부터) 2026 공놀이클럽 시즌 라인업, 대표작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공연 모습 올해 공놀이클럽은 대표작인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의 3주 장기 공연을 비롯해 신작 ‘미미의 미미한 연애’를 개발하고, 체홉 4대 장막 낭독극 시리즈와 안착한 청소년극 페스티벌까지, 마포에서 총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포문을 여는 것은 4월 4일 예정된 체홉 낭독극 ‘벚꽃동산’. 창작극으로 유명한 단체가 널리 공연되는 체홉 낭독극으로 시작하는 게 뜻밖이다. “저희가 내년이면 10주년이라 영역을 넓히고 싶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시민을 만나고 싶어서 체홉 장막을 시도해 보게 됐어요. 만원으로 저렴하게 모시는 프로그램이고, 체홉을 어렵고 지루하다고 여기는 분들에게 캐주얼한 분위기로 우리답게 유쾌하게 풀어낸 4대 장막을 보여드리려고요. 그동안 연극을 하고 싶지만 바빠서 못하는 배우들을 모셔 오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미디어로 익숙한 유명 배우들도 무대에 서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일반 연극엔 쉽게 시간을 못 내지만 낭독극은 일주일 정도만 비우면 되니까 부담이 적거든요. 일단 시민들이 연극을 보게 하고, 연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에요.”(강) 신작 ‘미미의 미미한 연애’는 특별히 마포구 창전동을 배경으로 삼는다니 더욱 흥미롭다. 단순히 동네 이름만 빌려온 것이 아니라 꼼꼼한 리서치를 거쳐 마포문화재단 상주단체로서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창전동의 남자친구 집에 얹혀살던 23살의 미미가 어느날 남친에게 버림받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남친을 찾아 헤매는 내용이에요. 24살 신인 작가가 마포 1인 청년가구들의 우울과 고민에 관해 썼는데, 이 작품이 마포를 넘어 올해 연극계 화제작이 됐으면 합니다.”(강) 고영근 대표는 “그저 공연을 무대에 올릴 뿐 아니라 청년문제, 실업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공감하는 계기 만드는 게 재단의 역할”이라고 맞장구친다. 지난해 매진사례였던 공놀이클럽의 대표작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올해 마포에서만 3주 동안 공연한다니, 지역 관객을 넘어 연극 마니아들까지 마포로 향하게 하려는 야심도 엿보인다. “창작하는 분들이 극장이 없다고 해요. 마포가 대학로에서 가장 가까운 지자체 공연장이니 여기가 또 하나의 창작공간으로 인식되면 좋겠어요. 관객이나 창작자나, 마포의 젊은 층들이 굳이 대학로에 안 가더라도 마포에서 연극을 경험하게 되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고) “올해 프로젝트 중 하나인 ‘안착한 청소년극 페스티벌’에 무려 83명의 작가가 지원했어요. 이렇게 작가들이 많은 줄 몰랐는데, 5명 밖에 못뽑거든요. 아쉬운 마음에 창작자들을 마포로 모을 수 있는 실험도 구상 중이에요.”(강) ‘안착한 청소년극 페스티벌’은 공놀이클럽이 이미 자체적으로 두 차례 진행한 페스티벌로, 올해 마포에서 세 번째 행사를 열게 됐다. 작가와 연출가를 매칭해서 작품을 개발하고 배우들 앞에서 피칭을 한 뒤 팀을 만들어 낭독극 형태로 발표하는 창작 프로젝트다. 공공기관도 아니고 작은 민간 극단이 이런 일을 한다니 흥미로운데, 고 대표를 강렬하게 매료시킨 것도 ‘안착한 청소년극 페스티벌’이었다. “직원들에게 늘 하는 질문이 ‘왓츠 뉴’‘왓츠 디퍼런트’ 거든요. ‘안착한’은 발상의 전환이 다르더군요. 연출가와 배우를 매칭하는 부분도 굉장히 신선했는데, 직접 현장에 가서 보니 200명 가까운 배우들의 열기가 뜨겁고, 무대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이 하나를 향해가는 취지가 너무 좋았어요. 단체가 다른 지원금 받은 걸 쪼개서 운영한다는 얘길 듣고, 우리가 꼭 같이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했죠. 올해 행사가 정말 기대되고, 앞으로 마포의 대표 축제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고)“파트너를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마포가 손 내밀어 주신 거죠. 연극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동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제가 시작할 때 외롭고 힘들었거든요. ‘교훈적이지 않은 청소년극’이라는 넓은 테마로 하고 있는데, 꽤 성과가 좋아요. 이제 두 번 페스티벌을 했을 뿐인데 벌써 3작품째 외부로 나가서 공연화 됐으니까요. 청소년들을 각 팀의 자문위원으로 모시는데, 그게 경력이 돼서 대학에 간 친구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식으로 선순환이 되고 있어요. 올해는 마포아트센터가 청년들로 우글우글하게 만들어보겠습니다.”(강) 공놀이클럽의 마포 이주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도 주민들과의 직접 참여다. 고 대표는 구민들이 참여하는 생활예술 동아리 사업에도 기대를 드러냈고, 강 연출도 흔쾌히 돕겠다는 의지다. “마포를 연극으로 브랜딩해 나가는 데 구민들의 참여도 필요하거든요. 연말이면 ‘꿈의 무대’도 공연할텐데 그런 사업에도 강 연출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어요. 아마 우리 재단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고) “전부터 시민 연극에 관심이 많아 힘 닿는데까지 돕고 싶어요. 한국은 엘리트 연극인 비율이 너무 많지만, 지금처럼 일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세상에선 10년 안에 경계 없어질 거예요. 모든 시민들이 연극에 참여하도록 사방으로 뻗어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강)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홍보마케팅작성일 2026-04-01조회수 아이콘조회수 548

[PEOPLE] 클래식의 문턱을 낮춘 사람, 김용배가 말하는 마티네의 본질

“제가 국내에서 마티네 콘서트의 창시자로 잘못 알려졌는데요. 이번 기회에 바로잡고 싶어요. 1980년대 지휘자 홍윤택 선생님의 ‘아침 음악회’와 1990년대 지휘자 금난새 선생님의 ‘청소년 음악회’가 마티네 콘서트의 효시입니다.” 마포아트센터가 3월부터 매달 네 번째 수요일 오전 11시에 개최하는 마티네 콘서트 ‘맥(MAC)모닝 콘서트’의 진행자 겸 해설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김용배 추계예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첫 일성이다. 김 교수는 “다만 두 선생님이 기획한 콘서트가 단발성으로 끝난 데 비해 내가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 만들었던 브런치 콘서트는 매달 지속적으로 열리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 같다. 나보다 앞서 선배 음악가들이 노력하셨던 점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티네(Matinee)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점심 즈음 열리는 낮 공연을 뜻한다. 대체로 저녁 시간에 열리는 공연과 달리 오전이나 오후 시간대에 진행되기 때문에 여유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티켓 가격도 저렴하다. 특히 클래식계에서는 소품 위주의 가벼운 곡을 연주하는 한편 해설을 곁들인 콘서트 형태가 많다. 그래서 클래식 초심자들을 향유층으로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국내 공연장들 가운데는 마티네 콘서트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번에 첫발을 떼는 마포아트센터의 맥(MAC)모닝 콘서트는 서울 강북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첫 마티네 콘서트다. 맥(MAC)은 마포아트센터의 영어 스펠링 중 앞자를 딴 것이다. 그동안 강북 공연장이 1회성으로 마티네 콘서트를 연 적은 있지만 정규 프로그램으로 매달 진행하는 것은 마포아트센터가 처음이다. 국내 클래식계에 마티네 콘서트 열풍을 일으킨 김용배 교수가 가이드를 맡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 교수는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은 피아니스트’라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배운 피아노에 대한 애정으로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진학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버지니아 주립대와 카톨릭대에서 공부했다. 예술가 출신으로는 처음 2004~2007년 예술의전당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마티네 콘서트 ‘브런치 콘서트’를 기획한 것은 그의 최고 성과로 꼽힌다. 2004년 예술의전당 하반기 3개월간(9~11월) 둘째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열린 브런치 콘서트는 저녁에 열리는 콘서트에 오기 어려운 가정주부들과 노인 그리고 간호사처럼 밤에 근무하고 낮에 쉬는 직장인들을 불러모으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예술의전당이 이듬해부터 연간 기획 프로그램으로 확대한 데 이어 전국 공연장들이 잇달아 마티네 콘서트를 도입한 것은 유명하다. “2004년 5월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직원들에게 낮 시간대 비어 있는 공연장을 좀 더 활용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무대가 늘 아쉬운 연주자였던 만큼 공연장이 비어있는 게 너무 아까웠어요. 클래식 향유층도 늘리고 싶었고요. 새로운 관객층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알려줌으로써 공연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직원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게 바로 해외 공연장처럼 마티네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자신도 브런치 콘서트의 진행자 겸 해설자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직원들의 권유로 무대에서 마이크를 처음 잡았다. 조곤조곤한 말투 속에 깊이 있는 해설은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이후 예술의전당을 그만둔 뒤에도 그에게는 전국 공연장에서 콘서트 가이드로 와달라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2012~2019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진행한 마티네 콘서트와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마티네 콘서트는 대표적이다. 그는 “예술의전당 직원들이 내가 라디오 방송을 5년 정도 진행했던 경력을 고려해 제안했다. 무대에서 해설은 처음이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브런치 콘서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고정이 되어 버렸다”고 회고했다. 유려한 진행 노하우에 대해서는 “쓸데없는 인사말 없이 바로 공연을 진행하고 작품을 해설했다. 해설자 또는 진행자가 튀어선 안 되며, 관객이 음악에 집중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지금도 해설할 때 관객이 교육받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어렵지도 유치하지도 않은 선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당시 브런치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그가 또 하나 염두에 둔 것은 국내 실력파 연주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독주자는 오케스트라든 무조건 국내 연주자를 세웠다. “지금은 국내 관객들이 한국 연주자들도 많이 사랑하시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 연주자들에게 경도돼 있었어요. 비슷한 실력인데도 한국 연주자들의 공연은 가지 않고, 외국 연주자들의 공연만 갔어요. 또 외국 연주자들이 최선을 다해 연주하지 않는데도 기립박수를 보내곤 했습니다. 지금이야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등 자부심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문화적 열등감이 있었거든요. 한국 연주자로서 화가 났었죠. 그래서 당시 브런치 콘서트에 출연하는 코리안 심포니(현 국립 심포니)에 외국인 악장을 넣지 말아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관객에게 ‘자칫 한국 연주자의 수준은 악장까진 안된다’는 인식을 줄까봐 걱정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물론 한국 사회가 글로벌화 되면서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외국인 연주자들도 많아졌거든요.” 흥미로운 것은 그가 그동안 수많은 마티네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대본이나 큐시트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각 콘서트에 제목을 달고 거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지양한다. “마티네 콘서트는 특정 주제를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곡을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쉬운 곡과 어려운 곡을 섞고, 나라와 시대를 섞고, 협연 악기를 섞는 등 다채롭게 만드는데요. 관객이 와서 그냥 즐겁게 연주를 감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본을 만들지 않지만,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공연 당일까지 계속 머릿속으로 해설을 어떻게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립니다. 오히려 대본이 있으면 그걸 의식하는 바람에 불편해지거든요.” 마포아트센터의 맥모닝 콘서트는 이번에 결성된 55인조의 오케스트라M을 비롯해 공연마다 재능있는 지휘자, 협연자가 함께할 예정이다. 김광현이 지휘하는 첫 콘서트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협연자로 나선다. 1부에서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을 시작으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하바네라’의 아리아 그리고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된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홍보마케팅작성일 2026-03-24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26

[PEOPLE] 도파민 넘치는 창작발레 ‘갓’ 연습실 현장

하얀 타이즈 대신 꼿꼿한 갓을 쓰고, 튀튀 대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도파민’ 넘치는 기세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있다?!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술쟁이 놀부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거만하게 곰방대를 바닥에 탁탁 두드리고. 조선시대에는 남성만 쓸 수 있었던 흑립을 여성 무용수들이 쓰고 힘차게 움직인다. 서양의 고전 무용인 발레에 조선시대 모자 ‘갓’을 끼얹었는데, 고전적이 아니라 ‘힙’한 무대가 완성됐다. 윤별발레컴퍼니의 화제작 ‘갓(GAT)’이 28,29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을 찾는다. 공연을 위해 연습이 한창인 윤별발레컴퍼니의 연습실을 4일 찾았다. 화제의 시작, ‘섹시 놀부’ ▲(사진) 발레 <갓(GAT)> 中 '정자관' 연습장면. ‘갓’은 윤별발레컴퍼니가 처음으로 만든 창작 작품이다. 그런데 첫 무대부터 매진이 됐는데, 시작은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메이킹 필름이었다. 작품 중 심술궂은 놀부를 나타내기 위해 정자관을 쓴 발레리노 강경호가 등장하는 장면이,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고 하루만에 티켓이 다 팔렸다. 이 때 ‘섹시 놀부’라는 별명을 얻은 강경호는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하며 더 유명해졌다.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한 김유찬, 정성욱도 ‘갓’의 원년 멤버이고, 스페인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이은수 등 실력파 무용수들이 함께한다. 여기에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유행하며 검은 갓을 쓴 발레리노 5명이 등장하는 장면 ‘남흑립’이 대목이 ‘사자보이즈 실사판’이라며 다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다. 이렇게 여러 가지 흥행 요소가 겹치면서 ‘갓’은 2025년 전국 투어까지 평균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했다. 올해 5월에는 태국과 베트남으로 해외 공연을 떠날 예정이다. 연습실에 걸린 ‘방충망 갓’ ▲(사진) 발레 <갓(GAT)>의 박소연 안무가(왼쪽), 윤별 예술감독(오른쪽)이 공연에 등장하는 다양한 '갓'과 함께 사진촬영하고 있다. 이렇게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서 쉽게 얻은 성공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갓’이 무대에 오르기 까지는 오랜 준비와 우여곡절이 있었다. 서초구 한 빌딩 지하에 있는 윤별발레컴퍼니의 연습실에 들어서자, 조명등으로 쓰이는 ‘갓’이 보였다. 윤별 대표는 “처음에 원하는 모양에 가격도 적당한 갓을 구할 수 없어 박소연 안무가의 아버지께서 방충망을 겹쳐 글루건으로 붙여서 만들어 주신 소품”이라며 “원래 저희 연습실은 굉장히 허름한 곳이었는데, 지금의 이곳으로 올 수 있게 만들어준 처음의 ‘갓’을 잊지 말자는 마음에서 걸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연습실은 윤 대표의 반려견인 시베리안 허스키 ‘잭슨’이 반겨주고, 무용수들이 바닥에 앉아 소품을 만지작거리며 고된 연습에 지친 누군가는 벌러덩 누워 잠을 청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윤 대표는 “’갓’을 함께하는 무용수들 대부분은 윤별발레컴퍼니의 원년 멤버이고, 저의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많다”며 “회사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왕국’”이라고 했다. ‘파격’과 ‘도파민’ 넘치는 안무 ▲(사진) 발레 <갓(GAT)> 中 '주립' 연습장면. 시작되자 무용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윤별 대표는 함께 리듬을 타기도 하면서 ‘매의 눈’으로 안무 하나하나를 살폈다. 여성의 강함과 멋을 표현한 군무 ‘여흑립’부터 무관만 쓸 수 있었던 주립(빨간 갓)을 발레리나가 쓰고 절도있는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패랭이’ 장면에서는 잠시 짐을 내려놓고 춤을 추는 상인의 쾌활한 흥이 무대를 압도했다.  ‘문인화’의 ‘수묵’은 두 무용수가 합을 맞춰 고난이도의 안무를 선보이며 선비의 예술을 표현해냈다. 마지막 ‘갓일’에서 군무는 갓의 선 하나하나가 꼬이고 엮이는 과정을 표현했는데, 이 작품으로 동고동락하고 있는 윤별발레컴퍼니 무용수들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여러 장면들을 지켜보면, 이 작품이 ‘바이럴’하게 퍼진 이유가 자연스레 느껴진다. ‘갓’을 만든 박소연 안무가는 독일 드레스덴에 머물던 시절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보면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그는 “유럽인들이 ‘갓’을 신기해하는 것을 보고, ‘갓을 쓴 발레리나’로 꼭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장면이 ‘여흑립’”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갓’과 ‘발레리나’라는 서로 맞지 않는 요소를 결합하면서 시작한 ‘파격’이 자연스레 눈길을 끌게 한다. 윤별 대표는 “사실 조선시대 여러 모자들은 특정 신분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인데 그것을 따르지 않고 비틀었다”며 “여자도 흑립을 쓸 수 있고 역할만 맞다면 젠더프리 캐스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건 ‘정자관’인데, 여기도 비틀기가 있어요. 정자관을 쓴 대감들은 뛰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다고 하는데, 저희 작품에서는 ‘정자관’ 장면이 제일 비트가 빠르고 역동적이에요. 또 ‘주립’은 무관만 쓰는데 여성 무용수가 쓰고 있고 남성 무용수들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죠.” 박 안무가는 “유럽에는 고전이 아닌 창작 컨템포러리 발레도 쉽게 매진이 된다”며 “오페라도 옛날 그대로 하기보다 얼마나 색다르게 표현했느냐가 중요한데 그만큼 새롭고 창의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각각 우루과이국립발레단,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에 있었던 윤 대표와 박 안무가는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과 접목해 더 독창적인 것을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에서 무용수들이 갓의 테두리를 손으로 쓱 하고 훑거나 비스듬히 앉아 곰방대를 딱딱 두드리는 등 ‘도파민’적 요소도 과감하게 사용했다. 박 안무가는 유튜브나 K드라마를 보면서도 영감을 얻어 ‘포인트’가 되는 동작을 안무로 보일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원조 맛집’, 지금 봐야할 이유 ▲(사진) 발레 <갓(GAT)>의 박소연 안무가(왼쪽), 윤별 예술감독(오른쪽).  ‘갓’을 처음 만들 때 정부의 창작지원금을 받았지만, 이걸로 부족해 윤별 대표가 그동안 모았던 돈을 전부 투자했고 그런 과감한 도전 덕에 지금에 이르게 됐다. 이런 제한적인 상황 때문에 스토리가 없이 ‘모자’만을 주제로 미니멀한 연출을 했지만, 오히려 뇌리에 박히는 순간들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무용계를 넘어 처음 발레 작품을 접하는 2030 관객 비중이 높다. 윤별 대표는 “’블랙 앤 화이트’를 할 땐 ‘저희는 ‘갓’만 하는 발레단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번엔 ‘그래도 저희는 ‘갓’을 제일 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갓’을 하는 무용수들이 대부분 창단 멤버이고 지금의 무용수를 기준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앞으로 공연 횟수가 더 많아지고 정형화되기 전, ‘원조 맛집’이자 가장 마스터피스인 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갓’ 시즌 투어때 윤별발레컴퍼니는 다른 공연을 일절 잡지 않는다고 한다. 연습실에 출근해 갓을 쓰고, 연습하고, 갓을 벗고 퇴근하는 것이 요즘의 일상이다. 젊은 발레단의 열정과 절실함이 묻어 있는 작품이라는 이야기. 박 안무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처음 발레를 접하는 분이 많았고 ‘이렇게 발레가 멋있는 줄 몰랐다’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보러 오고 싶다’는 반응이 제일 기뻤다”며 이번 공연에도 그런 관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별발레컴퍼니의 슬로건은 ‘얼마나 많이 보았느냐 보다 얼마나 깊이 보았느냐’. 그냥 유명해서 보러 오는 작품이 아닌, 와서 보고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며. 윤 대표, 박 안무가와 발레단원들은 이날도 땀을 흘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홍보마케팅작성일 2026-03-12조회수 아이콘조회수 407

[] 거장의 유산이 남긴 것, 스타 너머의 무대

지난해 10월 스웨덴 왕립음악원 초청으로 비르기트 닐손상(Birgit Nilsson Prize) 시상식에 다녀왔다. 스웨덴의 전설적 소프라노 닐손이 사재를 헌납해 만든 상으로, 3년에 한 번 100만 달러의 상금으로 클래식 음악의 성취를 조명한다.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수상자의 이름만이 아니었다. 시상식은 물론 갈라 디너에서도 세계 주요 극장에서 활동하는 스웨덴 성악가들의 무대가 마련됐다. 무대는 스타 소프라노 닐손을 기리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이미 자리 잡은 중견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예 성악가의 공연을 통해 성악 강국 스웨덴의 두터운 음악적 토대를 만끽할 수 있었다. ▲(사진) 2025년 비르기트 닐손상 시상식 ⓒBirgit Nilsson Foundation / Yanan Li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음악가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자리였지만 정작 그 무대가 증명한 것은 한 명의 전설이 아니라, 전설을 길러낸 구조였다. 빛나는 스타의 이름 뒤에 자리한 빈약한 한국 음악계의 현실을 떠올리는 계기도 됐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스타 시스템 의존도가 유독 높다. 해외 콩쿠르 입상,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경력, 유명 공연장 데뷔 이력은 곧 흥행의 언어가 된다. 제작비와 대관료가 상승하고 후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획자들이 검증된 이름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구조가 반복될수록 소수의 음악가만 무대에 서게 되고, 프로그램은 익숙한 레퍼토리로 제한된다. 인기 협주곡과 익숙한 아리아가 시즌을 채우는 동안 새로운 기획은 설 자리를 잃는다. 지나친 스타 편중은 공연장의 관람 매너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협연자로 나선 스타 연주자의 순서가 끝나기가 무섭게 메인 프로그램인 교향곡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객석을 떠나는 관객들의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음악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특정 연주자에게만 몰입한 팬덤이 견고해질수록 공연은 작품이 아니라 스타를 소비하는 자리로 변한다. 잠재력 있는 음악가들이 무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스타 시스템의 그림자다. 핀란드가 지휘 강국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신인 지휘자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무대 기회 덕분이다. 핀란드의 명문 음대 시벨리우스 음악원은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력 관계를 맺어 학생들이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성공보다 시도를 허락하는 교육 시스템 속에 음악가뿐 아니라 관객의 취향도 함께 자란다. 스타의 부각으로 단기간에 시장이 커지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음악적 토대 전반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왼쪽부터) 2025년 M 아티스트 바리톤 박주성 리사이틀 II, 2026년 M 아티스트 피아니스트 선율 그런 점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인 마포문화재단의 기획이 눈에 띈다. M아티스트, M클래식 축제 등을 통해 다양한 음악가들에게 무대를 내어 주고 있다. 지난해 말 M아티스트였던 바리톤 박주성의 마지막 무대를 통해 가곡의 아름다움에 새삼 빠져들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연주자에게는 실험과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에게는 새로운 취향에 눈뜰 수 있게 해 준 시간이었다. 해외에 가지 않고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유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과 세계적 스타의 리사이틀은 음악의 정점을 보여주는 면에서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음악을 지탱하는 것은 정점만이 아닌 여러 층위의 연주자가 보여주는 넓은 스펙트럼의 무대다. 소수의 빛나는 이름이 아니라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구조 속에서 관객은 폭넓은 경험을 하고, 연주자는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한다. 라이브 공연의 진짜 매력은 ‘최고’보다 단 한 번뿐인 경험이라는 데 있다. 그날 그 무대에서만 일어나는 미세한 균열과 변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기는 어떤 완벽한 음반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 신진 음악가가 지역 공연장에서 들려주는 베토벤은 그날, 그 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경험이다. 음악계의 토양은 관객 개개인 취향의 독립으로 완성된다. 이미 검증된 스타의 공연이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새 얼굴이 꾸미는 공연에는 발견의 즐거움이 있다. 내가 먼저 알아본 연주자를 응원할 때 관객의 자부심은 스타의 팬덤보다 깊어진다. 비르기트 닐손상 시상식에서 만난 스웨덴 성악가들의 소식을 지금도 종종 찾아보며 그들이 더 큰 무대에 서는 소식에 쾌감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진) 2025 제10회 M 클래식 축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M'. <2026 MAC모닝 콘서트>에서는 55인조 오케스트라 M을 결성하여 3~12월 공연을 올린다. 얼마 전 회사 동기가 암 수술이라는 생의 큰 고비를 넘겼다. 해외 유명 악단이나 스타 연주자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좌석 선택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 종종 연락을 해 왔던 동기다. 수술 경과를 묻기 위해 연락했다가 최근에는 내한 공연의 명당을 찾는 대신 소박한 마티네 공연 일정을 뒤적이기 시작했다는 근황을 접했다. 그는 “매일 신문 1면 기사를 무엇으로 정하는지가 내 인생에 과연 어떤 의미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내 귀에 편안하면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싸고 좋은 공연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생의 본질 앞에 서면서 타인의 안목이나 기획사의 마케팅이 정해 준 스타가 아니라, 내 영혼을 위로하는 실질적인 선율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웨덴이 비르기트 닐손이라는 거인의 이름 아래 다양한 음악가를 함께 조명하듯, 우리에게도 스타 개인이 아닌 그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스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를 가능하게 하는 토양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가 고민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스타는 필요하지만 스타만으로는 음악이 자라지 않는다. 결국 관객 스스로 선택한 무대가 가장 오래 남는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홍보마케팅작성일 2026-02-23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40

[] 2026년 마포아트센터에 가야 하는 이유

 ▲ (사진) 2026 마포문화재단 라인업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3년마다 전국 245개 지방자치단체(광역 17, 기초 226, 행정시 2)의 문화 여건을 파악하는 ‘지역문화실태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산정한 ‘지역문화지수’를 발표한다. 지역문화지수는 지자체의 문화 환경, 자원, 활동, 향유 수준 등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결과다. 마포구는 2015년 처음 발표한 ‘2013 지역문화실태조사’를 시작으로 2025년 발표한 ‘2023 지역문화실태조사’까지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마포구는 69개 자치구 가운데 종합 6위에 올라 있다. 마포구의 지역문화지수 순위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2007년 9월 설립된 마포문화재단이 이듬해 4월 개관해 운영하는 마포아트센터다. 홍대 지역이 있는 마포구가 오래전부터 인디음악과 거리예술의 산실로 꼽혔지만, 마포아트센터의 개관은 지역의 문화 공공서비스 확대에 새로운 모멘텀이 됐다.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맥과 함께 아트홀맥(783석)과 플레이맥(201석)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마포아트센터는 서울의 주요 공연장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16개월간의 리모델링 끝에 아트홀맥을 2021년 12월 1004석의 대극장으로 개관하며 체급을 올렸다. 서울시의 기초 지자체 공연장 가운데 1000석 이상 공연장은 충무아트센터에 이어 두 번째인 마포아트센터는 이전보다 다양한 공연이 가능해졌다. 마포아트센터가 2026년 역대급 기획공연 라인업을 공개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연극, 클래식, 국악, 발레 등 약 200여 회 공연을 통해 기초문화 예술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시민과 글로벌 관객 모두를 아우르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매월 선보이는 다채로운 장르의 기획공연 M-초이스 시리즈를 비롯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공연들이 1년 내내 마포아트센터를 채운다.    ▲ (왼쪽부터) 극공작소 마방진 고선웅 연출, 공놀이클럽 강훈구 연출  2026년 마포아트센터의 라인업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비중이 다소 적어서 아쉬웠던 연극 장르의 강화다. 먼저 연극 <조씨고아>와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 등 여러 히트작을 만든 스타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의 신작을 극공작소 마방진과 공동제작한다. 고선웅은 서울시극단장을 마치고 올해 창단 20주년이 된 마방진에 복귀했다. 고선웅은 실제 공유오피스 투신사건을 출발점으로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과 함께 집요하게 추적하는 <투신>(11월 13~21일)을 선보인다. 또 올해 마포문화재단 상주단체가 된 공놀이클럽과의 협업도 주목된다. 2018년 창단한 공놀이클럽은 어린이, 청소년 및 청년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다루는 영어덜트 연극의 대표주자다.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가 여러 연극상을 휩쓸면서 연출가 강훈구는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공놀이클럽은 신작 <미미한 미미의 연애>(6월)와 대표작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10월)을 선보이는 한편 공공 프로그램 <월간 희곡 낭독회>(4~11월 중 4회)와 <안착한 청소년극 페스티벌>(9~12월 중 5회)를 통해 연극의 매력을 다양하게 전달한다. 특히 공놀이클럽이 2024년부터 매년 선보이고 있는 <안착한 청소년극 페스티벌>은 청소년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창작극을 낭독공연으로 올린다. 청소년 배우와 창작진의 참여를 독려해 연극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 지난해 국내 무대에 올라 호평받았던 두 연극이 마포아트센터에서 다시 공연된다. 바로 영국 극작가 데이빗 엘드리지가 현대인의 연애와 외로움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비기닝>(4월 10~11일)과 극단 툇마루가 선보이는 거장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6월 12~14일)다.   ▲ (위) 피아니스트 백건우, 발렌티나 이고시나, 김도현, 하피스트 이수빈 (아래) 콘서트 가이드 김용배, 김광현 지휘자, 2026 M 아티스트 피아니스트 선율 클래식은 마포아트센터의 라인업 가운데 늘 기대가 되는 장르다. 마포아트센터는 2016년부터 기초 지자체 공연장으로는 드물게 대규모 클래식 축제인 M-클래식 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2023년 상주음악가에 해당하는 M-아티스트를 도입했다. 덕분에 클래식계에서 중요한 공연장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제11회 M 클래식 축제(9~10월)에 데뷔 70주년을 맞이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리사이틀(9월 10일), 소프라노 황수미의 리사이틀(9월 17일), 피아니스트 김도현 &하피스트 이수빈 듀오 리사이틀(10월 22일) 등 스타 연주자들의 무대가 마련된다. 또 올해 M-아티스트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선율도 두 차례 리사이틀(6월 9일, 9월 16일)을 연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클래식 마티네 공연 ‘MAC모닝 콘서트’의 신규 론칭이다. 3~12월 네 번째 수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MAC모닝 콘서트’(3~12월)는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 국내 공연계에 마티네 콘서트 열풍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김용배의 해설로 김광현 지휘자, 55인조 오케스트라M이 함께한다.   발레와 국악 분야의 라인업도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마포아트센터는 그동안 와이즈발레단과 서울발레씨어터가 상주단체로 활동하는가 하면 발레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발레 친화적인 공연장이다. 올해는 발레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 윤별발레컴퍼니의 창작발레 <갓>(3월 28~29일)이 마침내 마포아트센터에 온다. 2024년 초연된 <갓(GAT)>은 전통 모자인 갓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창작발레다. 지난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속 사자보이즈와 유사한 콘셉트로 주목받으며 전국투어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윤별과 박소연이 주축이 된 윤별발레컴퍼니는 지난해 12월 발레 갈라 <블랙 앤 화이트>로 마포아트센터를 발레 팬들로 가득 채운 바 있다.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 출신 스타 발레리노 강경호, 김유찬, 정성욱 등 실력파 무용수들이 <블랙 앤 화이트>에 이어 <갓>에도 대거 출연한다. 또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2025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가 출연하는 (4월 17~18일)도 만나볼 수 있다. ABT스튜디오컴퍼니는 명문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주니어 컴퍼니로 17세에서 21세 사이의 차세대 스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현재 ABT 소속 무용수의 80% 이상이 이곳 출신이다. 이번 공연에선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 (위) 발레 갓(GAT), ABT 스튜디오 컴퍼니 (아래) 국악인 이자람, 김준수 국악 분야에서는 스타 소리꾼들을 내세운 두 편의 작품이 준비됐다. 먼저 탁월한 소리꾼이자 작창가인 이자람이 2007년과 2015년에 초연한 창작판소리 <사천가>와 <이방인의 노래> 하이라이트 대목으로 구성한 <작창 2007/2015>(4월 2일)을 선보인다. 이자람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바탕으로 대본, 작창, 소리까지 직접 한 <사천가>로 창작판소리의 전환점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방인의 노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소설 <대통령각하, 즐거운 여행을!>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현대인의 고독을 그렸다. 이어 지난 2024년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와 유태평양을 앞세워 관객을 불러모았던 남성창극 <살로메>(8월 21~23일)이 무대에 오른다. 성경에 나오는 헤롯왕의 의붓딸 살로메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세례자 요한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 창극 르네상스를 이끈 고선웅이 대본을 맡아 원작보다 한층 더한 막장으로 각색했다.   이외에 마포아트센터는 지난해 시작한 인디뮤지션 발굴지원 프로그램 <인디스커버리>를 올해 확대 운영한다. <인디스커버리>는 5월부터 10월까지 서류심사, 예선, 본선 과정을 통해 인디뮤지션들에게 공연할 수 있는 무대 기회를 지속 제공한다. 본선에서 최종 선정된 뮤지션들은 음원 제작 및 레전드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인디음악 축제 <인디스커버리 페스타>(11월)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또 어린이날이 있는 5월과 여름방학 기간인 7~8월에 각각 가족뮤지컬 <푸른사자 와니니>와 <고래밥>이 무대에 오른다. <푸른사자 와니니>는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동화가 원작으로, 연약해서 쓸모없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난 암사자 와니니가 초원을 떠돌며 겪는 일들을 그렸다. ‘2025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1월 초연되었고, 5월에 마포아트센터를 찾는다. 7월에는 어린이 뮤지컬 <고래밥>이 마포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고래밥>은 올해 출시 42주년을 맞이한 과자 ‘고래밥’ 을 소재로 한 최초의 스낵 뮤지컬로이다.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이머시브 형식으로 전개된다.   마포아트센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역 특화 축제들도 개최한다. 2015년부터 1만여 명 마포구 생활예술인이 참여한 생활예술페스티벌 <꿈의 무대>, 마포구 독립서점과 함께하는 도서문화축제 <무대 위의 책방>, 주민 협력 문화예술마켓 <궁금한 시장>, 일상에서 사진작가가 되는 <마포사진학교 시시각각> 그리고 가족관객을 위한 <해피마포 와글와글> 등도 준비됐다. 올해 마포아트센터를 가야 할 이유가 너무 많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홍보마케팅작성일 2026-01-28조회수 아이콘조회수 759

[SPECIAL] "고독의 끝에서 마주한 ‘내일’… 바리톤 박주성, ‘나’를 노래하다" ‘M 아티스트’ 박주성 리사이틀II 리뷰

‘이제 또 하루가 지나갔구나. 사랑스러운 것이든 괴로운 것이든,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마음속을 스쳐 지나간다.’ (슈베르트 ‘고독한 사람’ 중)   담담한 독백으로 음악은 시작됐다. 고독을 응시하고 찬미하는 읊조림은 겨울밤의 시린 귀를 녹이는 따스한 낭독이었다. 충만한 고요의 여운을 안은 것도 잠시. 아름다운 음성은 이내 낯빛을 바꿨다. 사랑, 이별, 욕망, 분노, 그리고 신앙…. 삶의 장면마다 스민 희로애락의 서사가 과장 없이도 애절하고, 담백하면서도 장엄했다. 지난 6일, ‘M 아티스트’로 1년을 보낸 바리톤 박주성(32)과 관객의 마지막 대화였다.   세 번째 무대를 앞두고 박주성의 고심은 깊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예술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솔리스트답게, 지난 4월 첫 독주회에서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짙은 인상을 남겼다. 상주 음악가로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진정한 '음악의 시간'을 마주하고자 했다. ■ 정교하고 치밀한 선곡... 낭만주의가 파고든 인간의 우주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슈베르트(1797~1828)를 시작으로 멘델스존(1809~1847), 휴고 볼프(1860~190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언뜻 독일어권 작곡가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연결고리가 숨어 있었다. 숙고 끝에 고른 곡들에는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들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 나가는 철학적 여정이 담겨 있었다. 이성이 지배하던 세계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나’를 응시하며, 비로소 ‘나의 우주’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슈베르트를 통해 ‘고독한 자아’를 발견하고, 결코 하나일 수 없는 내면의 자아들을 꺼내 외로움과 그리움을 음악의 언어로 승화한다. 자신의 나약한 얼굴을 마주한 순간, 들려오는 것은 ‘신의 목소리’. 멘델스존이 그린 ‘신과 인간 사이의 고뇌’(<엘리야>)가 숨 막힐 듯 몰아친다. 신을 부르짖고 고난을 외쳐도,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끊이지 않는 사랑의 욕망(휴고 볼프)은 여전히 넘실거린다. 마침내, 모든 고통을 넘어 사랑으로 귀의하듯 감정의 대통합(슈트라우스)을 이룬다. 제각각 곡들의 나열로 보이나, 이는 낭만주의가 인간의 내면을 인식하고 구원하는 과정을 풀어낸 정교한 설계도였다.   박주성은 “4월에 프로그램을 짜는 동안 워낙 하고 싶은 곡들이 많았다”며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면서도 성악 음악의 매력인 ‘언어가 지닌 힘’과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가곡을 골랐다. 위대한 시인과 작곡가들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을 나누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언어가 쌓아 올린 시(詩)를 통해 관객을 내면의 문으로 이끄는 안내자를 자처한 것이다. ■ 언어를 조각하는 마술사, 빈(Wien)이 사랑한 이유를 증명하다   그는 언어를 조각하는 마술사였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유일한 동양인 솔리스트로서 해마다 20여 개의 배역을 소화하는 박주성은 대중문화를 즐기듯 오페라를 분석하고 향유하는 까다로운 빈 관객들에게 이미 차고 넘치는 합격점을 받았다. ‘오페라 명가’에서 사랑받는 ‘주성 가브리엘 박’의 진가는 이날도 어김없이 증명됐다.   한 자 한 자 곱씹는 이국의 언어 속에서, 그가 왜 ‘오페라 본토’의 솔리스트로 설 수밖에 없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길게 이어지는 모음의 미세한 뉘앙스, 자음 하나하나가 부딪혀 만들어내는 파열음, 단어의 끝자락에 매달린 마지막 음절 하나까지도 그는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 노랫말을 점토처럼 자유자재로 빚어내는 ‘언어의 향연’은,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독일어가 모국어인 성악가의 노래처럼 들렸다. 앙코르로 선곡한 한국 가곡 ‘소망’에서는 성악가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난제라는 한국어 딕션마저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성악 전공자 김우진 씨는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친 성악가가 저 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지 대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 고독한 예언자에서 치유자로…기교를 넘어선 진심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 한 대만을 곁에 두고 박주성은 홀로 섰다. 오페라 무대의 화려한 의상도, 시선을 사로잡는 분장도 없었다. 100명 남짓의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는 웅장함 대신, 그는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 하나로 승부해야 했다.   박주성의 음성은 ‘절묘한 줄타기’를 하듯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바리톤의 뿌리를 가진 그는 중후함 속에서도 청량한 색채로 슈베르트의 ‘고독한 사람’을 노래했고, 한 편의 모노드라마와 같았던 ‘도플갱어’에선 홀로 남겨진 이의 공포와 슬픔을 묵묵히 응시했다.   공연의 백미는 단연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였다. 2022년 뮌헨 방송 관현악단과 협연하며 현지의 극찬을 받았던 곡이다.   음악이 시작되자 객석은 숨소리조차 멈췄다. 모든 순간이 압도적이었다. 예언자 엘리야가 이교도를 꾸짖을 땐 대지를 울리는 천둥 같은 권위를 보여주면서도, 신 앞에서 고뇌할 땐 한없이 투명하고 인간적인 음색으로 호소했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음성의 조율은 나약한 한 인간의 애처로운 절규였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무대를 휘몰아치자, ‘평화의 언약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마지막 가사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박수를 허락하지 않는 깊은 여운이 이어졌다. ‘노래하는 배우(Singing Actor)’로서의 진면목도 만날 수 있었다. 휴고 볼프의 익살스러운 가곡들에선 경쾌한 리듬감과 변덕스러운 감정선을 타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흘러나왔다. 위트 있는 표정과 세련된 제스처는 말맛을 생생하게 살렸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신을 향해 포효할 땐, 오페라 가수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무대를 장악했다. 변화무쌍한 다이내믹은 섬세한 감정의 결을 만들었다. 과잉으로 치닫지 않는 표현력의 세련미는 박주성이 가진 탁월한 ‘한 수’였다.   폭풍 같은 음악이 지나자, 치유의 시간이 찾아왔다.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며 밤을 산책하는 그는 풍성한 레가토와 따뜻한 음색으로 무대와 객석을 포근하게 끌어안았다.   음악은 노래하는 사람을 닮는다. 그의 노래엔 박주성이 지나온 모든 시간, 그가 내디뎠던 수많은 걸음이 담겨 있었다. 찬란한 오늘 뒤에 가려진 지난한 숙련의 날들,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견뎌온 꿋꿋한 시간이 순도 100%의 맑은 소리로 빚어졌다.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던 <내일(Morgen!)>은 그가 전하는 희망의 찬가이자 구원의 메시지였다. 긴 전주가 흐른 뒤 시작된 음악엔 기교도, 분석도 필요치 않았다. 내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진심은 모두에게 찬란한 내일을 약속했다. 순수만을 남긴 담백한 음성은 비워낸 이만이 채울 수 있는, 가장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울림이었다.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12-16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55

[] <갓>과 ‘스테이지 파이터’가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연말에는 <호두까기인형>이라는 게 일종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지만, 올해 마포문화재단은 특별한 무대를 준비 중이다. 2025 M 송년시리즈 발레 갈라 <블랙 앤 화이트>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인사처럼 단순한 축하가 아닌, 지금 한국 발레가 서 있는 두 극점의 풍경을 동시에 펼쳐 보이는 무대다.   이 무대의 중심에는 2022년 창단 이후 파격적인 창작으로 주목받아온 윤별발레컴퍼니가 있다. 이번 갈라는 ‘잘 알려진 연말 발레’라는 안전한 공식을 과감히 벗어 던진다. 가장 흥행이 보장된 레퍼토리 <갓>을 내려놓고, 대신 신작 네 편과 고전의 재해석을 전면에 내세웠다. ‘블랙’과 ‘화이트’라는 두 색 아래 전통과 창작, 고전과 현대, 익숙함과 낯섦의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준비 중이다.  <갓> 뒤에 숨고 싶지 않아 “<갓>을 하면 연습 시간도 줄고, 홍보도 쉽고, 흥행도 더 잘 되겠죠. 그런데 그러면 우리가 <갓>밖에 못하는 컴퍼니로 보일 것 같았어요.” 윤별 대표에게 제일 처음 물었던 질문은 왜 <갓>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갓>은 윤별발레컴퍼니를 세상에 각인시킨 대표작이자, 전 회차 매진 신화를 쓴 흥행작이다. 갈라 무대에 넣기만 해도 티켓 판매는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러기까지 그는 오래 망설였다고 한다. 그의 우려가 단순히 흥행의 문제만이 아니었던 듯하다. “<갓>만 할 수 있는 컴퍼니로 보이는 게 제일 두려웠다”는 고백에는 신생 발레단 대표로서의 불안과 책임이 동시에 묻어나는 듯했다. 반복되는 성공은 안정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음 걸음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되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는 이번 송년 갈라를 <갓>에서 벗어나 윤별발레컴퍼니의 폭을 증명하는 무대로 설정했다. 흥행 공식을 거부한 대신, 컴퍼니의 미래를 향한 도박에 가깝다.    <갓> 을 벗고 택한 블랙 앤 화이트 “처음엔 송년 갈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여기에 ‘블랙 앤 화이트’라는 콘셉트가 더해지면서, 송년, 갈라, ‘블랙 앤 화이트’가 동시에 성립해야 했어요. 교집합이 너무 많아지니까, 고를 수 있는 작품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블랙 앤 화이트’. 얼핏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이 콘셉트가 더해지며 갈라로서의 자유로움이 제한되었고, 기존의 작품만으로 꾸릴 수가 없게 되었다. 때문에 이번 공연을 위해 신작 4편을 새로 만들었다. 여기에 재안무작 2편을 더하면, 무려 6편이 새로운 작품인 셈이다. 작품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지킨 원칙 중 하나는 구성의 균형이었다. 윤별은 “보통 갈라 공연은 듀엣 중심의 ‘콩쿠르형 갈라‘로 구성되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두 명, 세 명, 여섯 명, 열 명이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어요.” '블랙 앤 화이트‘는 작품의 전체적 인상으로 구분했다. <백조의 호수>의 흑조와 백조는 자연스럽게 두 색의 기준점이 되었다. 외의 작품을 두고 음악, 무용수의 움직임, 작품이 주는 인상까지 모두 ‘검은 쪽인가, 흰 쪽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했다. 그 결과 ‘블랙’과 ‘화이트’는 4편씩 균형 맞춰진 구조가 되었다.     블랙과 화이트의 극적 대비 이번 갈라는 총 8개 이상의 레퍼토리가 ‘블랙’과 ‘화이트’ 두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매일 8편을 선보이는데 6편이 중복이고 2편은 교차로 선보인다) 고전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의 파드되부터, 창작 발레와 재해석 작품까지 한 무대에서 교차한다. ‘블랙’ 섹션은 <백조의 호수> ‘흑조 그랑 파드시스’로 문을 연다. 이 작품은 박소연 특유의 재해석이 더해진 군무로, 기존의 흑조 코다 음악을 남성 군무 중심의 구성으로 뒤집으며 고전 속 권력 구조와 시선을 전환한다. 또한 <호두까기인형(Nut Cracker)>을 패러디 한, 그리고 윤별이 2014년 안무한 <세 얼간이>가 공연된다. 그리고 이은수의 신작 <듀엣 인 프렐류드>와 박소연의 <루나 세레나데>가 교차로 공연된다. ‘화이트’ 섹션은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와 지크프리트의 파드되(12월 10일)와 <신데렐라> 그랑 파드되(12월 11일)가 교차로 선보인다. 이어 김유찬이 조지 거슈윈의 곡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한 신작 <랩소디 인 블루>, 박소연의 신작 <겨울 나그네>가 공연된다. 공연의 대미는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가 장식한다. (12월 11일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는 윤별과 박소연이 꾸밀 예정이다.) 이처럼 <블랙 앤 화이트>는 원형 그대로의 고전, 현대적으로 변주한 고저, 그리고 새로운 창작이라는 흐름을 무대 위에서 한 번에 보여주는, 일종의 발레 스펙트럼 지도와도 같다.     고전의 재해석 “저는 안무를 할 때, 관객에게 설득이 되는가를 많이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도, 제목마저 모르더라도, 작품을 보고 ‘아! 이런 작품인가보다’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포인트 같아요.” 이번 <블랙 앤 화이트>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신작 네 편의 초연이다. 그 중심에 <갓>으로 이름을 알린 안무가 박소연이 있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낫 크랙커(Not Cracker)>와 <겨울나그네(Winterreise)> 두 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박소연은 이번 작업을 ”결코 가볍지 않은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낫 크랙커(Not Cracker)>는 <호두까기 인형>의 행진곡을 정면으로 비튼 작품이다. 박소연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아무 의심 없이 호두까기 인형을 떠올리는데, 그 상투적인 관성을 깨고 싶었다”고 말한다. 인형들이 스스로 호두를 ‘까게’ 강요당하는 존재라면, 그 노동은 축제가 아니라 억압일 수도 있다는 질문에서 이 작품은 출발했다. “처음엔 완전히 인형처럼, 고장 난 것처럼 움직이다가, 마지막에는 자기 의지로 스스로 깨부수는 움직임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이 과정에서 무용수의 몸은 점점 더 인간화되고, 억눌린 감정은 해방된다. 반면 <겨울나그네(Winterreise)>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에서 출발한다. 박소연은 이 음악에서 검은 외로움이 아닌, 하얀 고독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눈밭을 혼자 걸어오는 나그네의 모습이 먼저 그려졌어요.” 희고 고요한 무대 위에서 김유찬의 솔로가 펼쳐지는 이 작품은 이번 갈라에서 가장 서정적인 순간이 될 전망이다. 박소연은 “안무는 결국 관객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제목이나 설명을 읽지 않아도, 몸의 흐름과 음악만으로 장면이 그려져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이번 신작 전반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간절함'으로 만들어진 집단 “여기 있는 친구들은 항상 ‘이번이 마지막 무대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해요.” 윤별발레컴퍼니는 코로나 이후 무대에서 밀려난 무용수들이 하나둘 갈 곳을 잃던 시기. 은퇴를 고민하는 무용수들을 위해 창단한 발레단이다. 다만 이런 팬데믹에 의한 어려움 외에도, 단원 중에는 부상이나 기회 부족으로 좌절을 겪은 이들이 많다. 때문에 윤별발레컴퍼니의 무대에는 늘 절박함과 간절함이 밀도 있게 스며 있다. 이번 <블랙 앤 화이트>에서 윤별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신작 안무가들을 중심에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별은 스스로의 춤 욕심을 내려놓으며, 더 많은 기회를 무용수와 안무가에게 넘겨주고 있다. “제가 (안무나 출연을) 안 하면, 다른 누가 할 수 있잖아요.” 그는 무대 위의 주인공보다, 이 무대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되길 택했다. <갓>으로 유명세를 얻기는 했지만, 윤별발레컴퍼니 무대에는 생존의 에너지가 흐른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이번 송년 갈라에서도 가장 강하게 발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무대를 봐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블랙 앤 화이트>를 봐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출연자에 있다. 이 무대에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남성 무용수들이 함께 선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얼굴을 알린 ‘섹시놀부’ 강경호, ‘독기유찬’ 김유찬, ‘프린스욱’ 정성욱이 출연한다. 사실 이들의 이름값으로도 이미 많은 티켓이 소진되었을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선보이기 전에 이미 우리 전통의 멋을 살린 <갓>으로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어내는 감각을 보여준 윤별발레컴퍼니. 거기에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실력을 입증한 발레리노까지, 이미 <블랙 앤 화이트>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거기 더해 <블랙 앤 화이트>는 단순한 연말의 감상용 발레가 아니라, 윤별발레컴퍼니의 저력을 보이는 동시에, <갓>이후 새로운 신작의 가능성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검은 무대 위에 남는 하얀 발자국처럼, 이 송년의 갈라는 2025년의 끝이 아니라 2026년의 시작에 더 가까운 무대다. 발레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그리고 지금 한국 창작 발레의 좌표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이 무대를 건너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12-05조회수 아이콘조회수 885

[PEOPLE] "‘오페라 공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 한국 관객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M 아티스트 바리톤 박주성 인터뷰

“리사이틀 무대에서의 독창은 음악에 온전히 집중해 제 모습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페라만큼—어쩌면 오페라보다 더—좋아하는 일입니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활약 중인 바리톤 박주성이 6일 마포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독창 무대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올해 마포아트센터 상주음악가인 ‘M아티스트’로 선정돼 4월과 8월 무대에 올랐다. 마포문화재단이 상주음악가 제도를 통해 성악가를 처음 선택한 것은 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박주성은 유럽의 명문 빈 국립오페라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한다. 이곳은 ‘오페라 공장’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통상 연간 20~30개 작품을 돌리는 여타 오페라하우스와 달리 빈 국립오페라하우스는 약 60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전속 솔리스트 제도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극장이기도 하다.  박주성 역시 일년에 거의 20개의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아 소화한다. 그는 “작품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전속 솔리스트들이 소화해야 할 역할이 많기로 악명이 높다”며 “그만큼 배울 기회도 많습니다.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세계적 성악가들의 무대를 거의 매일 볼 수 있고, 대선배들께 대기실에서 이것저것 여쭤보면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세요”라고 말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이주일 남짓한 리허설 기간 안에 작품을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적응해야 하는 환경도 그를 단련시켰다. 특히 알게 모르게 동양인 성악가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도 그의 성장 동력이다. 박주성은 “매일이 오디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 순간이 평가받는 무대”라며 “그 속에서 하드 트레이닝하듯 성장하고 있다. 무대에서, 그리고 동료들에게서 자극받고 배우며 제가 계속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매년 재계약 과정을 거치는 박주성은 현재 2026/2027 시즌까지 출연 프로그램이 확정돼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R.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속 할리킨 역할을 꼽았다. 코믹한 표현력과 탄탄한 성악 실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난이도 높은 배역이다. “처음 맡은 역이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 다음 시즌에도 다시 캐스팅됐습니다. 인정받았다는 느낌이었죠.”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월드 프리미어 오페라 ‘몽키 킹’에 출연해 손오공의 스승이자 부처인 수부티 도사를 연기했다. 서유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젠슨 황이 바쁜 일정 중에도 극장을 두 번이나 찾아오셨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어요.” 오페라 무대도 사랑하지만, 그는 성악가로서 독창 무대에 대한 애정이 크다. 빈에서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내한 공연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낭만’을 테마로 독일 가곡과 오라토리오를 선보인다. 프로그램 구성 역시 직접 맡았다. “제가 좋아하는 곡, 한국 관객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로 꾸몄습니다.” 특히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는 그에게 의미가 깊다. “20대 때 엘리야 역할로 뮌헨 방송교향악단과 바이에른주 합창단과 연주하고 녹음까지 했어요. 제 독일 데뷔 무대이자 첫 음반 녹음이기도 했죠.” 오라토리오란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성악곡이다. 그가 이번에 ‘엘리야’ 중 네 개 솔로곡을 선보인다.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는 기도에서 시작해 분노를 표현한 ‘주님의 말씀이 불같이 아니한가’, 좌절을 드러낸 ‘이제 충분합니다’를 거쳐 ‘산들이 흔들려도’라는 흔들리지 않는 신앙 고백으로 이어진다. “네 곡을 묶기만 해도 기승전결을 갖춘 미니 오페라와 같습니다.” 이번 무대에는 슈베르트, 휴고 볼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도 포함됐다. 박주성은 “앞으로도 리사이틀과 콘서트를 더 자주 하고 싶다”며 “제 목소리와 생각을 가장 진하게 전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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