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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보이지 않아도 재밌게, 특별하게 연주할 수 있어요” - <조금은 특별한 피노키오> 한빛예술단 정해궁 원장, 김지선 수석단원 인터뷰

"지휘자를 보지 않고 연주 호흡을 맞추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요? 저희들끼리는 농담도 주고받고 재밌었어요. 다들 창의성이 뛰어나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어요." 시각장애인 전문연주단 한빛예술단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은 지휘자를 보지 않고 합주를 선보이는 일이 즐겁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비장애인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불편함으로 여기지만, 그는 장애를 특별함의 원천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빛예술단이 오는 2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선보이는 음악극 <조금은 특별한 피노키오> 의 메시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9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한빛예술단 김지선 수석단원과 정해궁 원장은 음악극을 통해 장애가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각자의 다름이 곧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나아가 아이들 각자가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비전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피노키오> 는 유명 동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이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피노키오가 주인공으로, 눈을 뜨게 해준다는 마법의 마을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특별함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지선을 비롯한 한빛예술단원 10여명이 밴드를 편성해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예술단 음악감독이 이어폰을 착용한 단원들에게 신호를 주면 그에 맞춰 장면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장애라는 주제를 재미 요소와 함께 무겁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인형 탈을 쓴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며 동화구연가 홍다통통과 배우 김영노는 생동감 있는 목소리 연기를 곁들인다. 연주자들도 악기로 동물 소리를 흉내 내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며 호응을 유도한다. 특히 공연을 관람하는 어린이 관객들이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준다는 것이 정 원장의 설명이다. "시각장애 연주자들은 보통 연주를 마치고 난 뒤에야 박수 소리로 관객과 소통합니다. 그런데 이 음악극은 객석에서 아이들이 웃는 소리에 연주자들도 함께 웃으면서 연주해요.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고 보람을 느껴요.“ “음악극을 단지 장애인 공연으로만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우리가 연극을 볼 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이야기가 어떨까 추측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러 온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김지선) 한빛예술단은 2003년 창단해 시각장애 연주자를 직고용하고 다양한 기획공연을 개최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단체다. 현재 40여명의 단원이 오케스트라, 금관앙상블, 밴드 등을 편성해 활동하고 있다. 2023년 예술단에 부임한 정 원장은 "한빛예술단을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찾아오게 만드는 단체로 만들고 싶다"며 "기꺼이 돈을 내고 공연을 보고 싶은 예술단이 된다면 장애 예술인들에게 정당한 급여를 드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일자리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년은 정 원장이 김지선의 연주를 처음 감상한 해이기도 하다. 김지선은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 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 연주회를 개최했는데, 정 원장은 그날 객석에서 연신 감탄을 표했다고 한다. 정 원장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풍부한 감정 표현에 매료됐다"며 "당시는 원장으로 발령받기 전이었는데,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예술단 소속이라는 말에 큰힘이 되겠구나 싶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김지선의 뛰어난 연주 실력은 자신만의 연주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의 클래식 테이프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 바이올린을 잡았다는 김지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오른 유학길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지선은 "음악을 말에 비유한다면 한국에서는 정확한 발음을 내는 법을 배웠고,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감동적으로 말을 전할 수 있는지를 익혔다"며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했을 때 동경하던 소리는 아니지만, 저만의 소리를 찾았다"며 웃었다. 현재는 한빛예술단 소속으로 활동하는 한편 한빛맹학교에서 후배 시각장애 연주자를 지도하고 있다. 그는 연주 기술 지도는 물론 슬럼프를 극복했던 경험을 나누며 후배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김지선은 "제가 좋은 교수님들에게서 아무에게나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으니, 그걸 나누고 싶었다"며 "과거에 슬럼프를 겪은 경험도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지선의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서는 무대를 더욱 자주 만드는 것이다. 올해 연말에도 비장애인 연주자들과 함께 현악사중주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한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전에는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요즘 좋은 연주자는 성품에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껴요. 듣는 이의 마음에 치유와 회복을 안기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05-26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78

[SPECIAL] 한국적 창작발레 위한 30년, 순수한 몸짓으로 빛나다 - 2025 M발레시리즈 [순수의 시대] 공연 리뷰

         한국에서 발레가 이토록 활기를 띤 적이 있었을까. 지난 5월 둘째 주말, 발레 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국립발레단은 강수진 단장의 현역 시절 대표작인 존 노이마이어 안무의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를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였다. ‘컨템포러리 발레단’을 지향하는 서울시발레단은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의 ‘워킹 매드’와 ‘블리스’를 아시아 초연해 이목을 끌었다.   주목할 발레 공연이 하나 더 있었다. 서울발레시어터가 창단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창작발레 공연 ‘순수의 시대’다. 지난 9~10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 이 공연은 서울발레시어터가 30년간 쌓아온 창작 역량과 정체성을 집약해 보여주는 자리였다.   서울발레시어터는 1995년 창단한 뒤 ‘대한민국 발레의 창작과 대중화’라는 모토로 100여 편이 넘는 창작발레 레퍼토리를 제작해온 민간 발레단이다. 지난해부터 마포문화재단의 공연장상주단체로 활동하며 발레 팬은 물론 마포구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있다.     ‘순수의 시대’는 총 다섯 편의 창작 작품으로 구성됐다. 최진수 단장 겸 예술감독이 안무한 ‘더 바이올렛’(The Violet)이 공연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고, 서울발레시어터 명예 예술감독인 안무가 제임스 전의 ‘1×1=?’, 무용단 반의 대표인 안무가 유선식의 ‘또 다른 물결’, 미국 애틀랜타 발레단 출신으로 현재 유미크댄스 예술감독인 안무가 김유미의 ‘피에스타’(Fiesta),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겸 안무가 강효형의 ‘몰레큘러 모션’(Molecular Motion)이 무대에 올랐다. 이 중에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강효형 안무가의 ‘몰레큘러 모션’이다. 제목 그대로 ‘분자 운동’을 주제로 삼아 고체에서 액체, 기체로 변화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명확한 작품 콘셉트와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안무에서 창작발레 특유의 참신함이 돋보였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매우 직관적인 작품이었다. 공연은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시작한다. 무대 위에 선 발레리나들은 정지된 자세에서 작은 몸짓만을 펼친다. 답답하기까지 할 정도로 긴장된 이들의 춤은 외부 에너지를 상징하는 2명의 발레리노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풀려간다. 직선 중심의 동작은 곡선으로 바뀌고, 움직임은 점점 더 자유로워진다. 마침내 무용수들은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극장을 활보한다. 그 순간, 극장 안은 해방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완성도 높은 안무는 물론, 전통과 현대, 음악과 몸짓의 조화를 이뤄낸 창작 방식 때문이다. 강효형 안무가는 한국 전통음악을 토대로 창작발레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안무라고 이름을 알린 ‘요동치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음악을 활용한 ‘허난설헌_수월경화’ 등을 통해 독창적인 한국적 발레를 구현해왔다. 이번 작품에선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거문고 연주자인 심은용의 음악 ‘모션’을 활용했다. 분자의 움직임을 연상케 하는 음악이 안무의 영감을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음악을 이용한 창작발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창작발레는 종종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식을 받는다. 서사가 명확한 고전발레와 달리 창작발레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음악과 움직임을 통해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에게 감각적인 해방의 경험을 선사한 ‘몰레큘러 모션’은 이러한 창작발레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예술은 거창한 주제를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대사 하나 없이 몸짓만으로도 보는 이의 새로운 감정과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이는 ‘순수의 시대’라는 공연 제목과도 절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다른 작품들도 창작발레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임스 전이 안무한 ‘1×1=?’는 다프트 펑크를 비롯한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유쾌하고 경쾌한 무대를 펼쳤다. 유선식이 안무한 ‘또 다른 물결’은 비발디 음악에 맞춰 일렁이는 바다의 물결처럼 흐르는 몸짓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유미 안무작 ‘피에스타’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배경으로 제목처럼 축제와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열정이 돋보이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15세기 이탈리아 귀족사회에서 시작된 발레는 16세기 프랑스로 건너가 루이 14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귀족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최진수 단장이 안무한 ‘더 바이올렛’은 이러한 발레의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었다. ‘순수의 시대’라는 제목은 발레를 향유하는 이들이 달라지더라도 발레가 지닌 ‘춤’ 본연의 순수함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한국적 발레를 위해 30년을 달려온 서울발레시어터의 노력은 ‘창작발레의 명가’라는 이름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말보다 깊은 감정, 몸짓 하나로 관객의 감각을 깨우는 무대를 통해 발레가 가진 ‘순수함’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Copyright©Mapo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ll Rights Reserved.  

작성자 대외홍보작성일 2025-05-21조회수 아이콘조회수 176